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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엄마가 받아들여야지

by 명랑 숙영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멀리서 두런두런 얘기하는 음성이 들리고 발소리가 2층 계단을 타고 가까워졌다.

직감으로 엄마 아빠라는 걸 알아차렸다.

마중에 늦을세라 부리나케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앞발로 문을 긁으며 어서 들어오라고 몸짓했다.

문이 열리자 아빠에게서 구수한 고기 냄새가 풍겼다.

나는 본능적으로 꼬리를 치며 아빠를 반겼다.

옆에 엄마가 서 있는 것도 잊고 아빠 주위를 맴돌며 알랑거렸다.

“자두야, 들어가”

아빠 말에 엉덩이를 흔들며 현관 안으로 들어가다 이내 아빠에게 점프했다.

엄마가 불렀지만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엄마의 싸늘한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아빠가 들고 있는 검은 봉지에 빠져있었다.

아빠 뒤를 따라가 배를 보이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때 엄마는 검은 봉지를 아빠에게서 낚아채 주방으로 갔다.

나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검은 봉지의 주인은 엄마라는 걸.

아빠에게 다가갔을 때 나를 끌어당겼던 냄새. 그 냄새가 엄마를 패스하고 아빠에게로 이끈 것이다.

'오 마이 갓!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엄마 곁으로 가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엄마는 나를 무시한 채 하던 일만 계속했다.

엄마가 삐진 게 분명했다.

“자두야, 아빠 얼굴에 김 묻었지? 그건 바로 ‘잘생김’이라는 거야.”

아빠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아재개그를 했다.

지금은 아빠 농담을 받아줄 상황이 아니다.

아빠는 실실 웃으며 나를 몇 번 쓰다듬더니 그 자리에서 꼬꾸라져 코를 드르렁거리며 잠에 빠졌다.

냉랭한 엄마의 시선을 느끼며 검은 봉지와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들었길래 나를 아빠에게로 이끌고 엄마를 패스하게 한 걸까.

시야 3m 반경에서 엄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엄마는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엄마가 좋아하는 '엎드려 자세'로 기다렸다.


엄마는 검은 봉지 안에 든 걸 꺼내 물로 몇 번 헹구고 연기가 나는 물에 집어넣었다.

나는 재빨리 밥그릇 앞으로 가서 앉았다. 고기 삶는 냄새에 마음이 조급했다.

초조한 마음에 앉았다 섰다를 반복했지만, 엄마는 아랑곳없이 하던 일에만 집중했다.

난 혀를 날름날름거리며 엄마에게 어서 입에 넣어달라고 재촉하는 사인을 보냈다.

드디어 통했는지 엄마가 고기 하나를 집어 내 코 위에서 원을 그렸다.

나도 모르게 고기를 따라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자두 너, 섭섭하다. 아빠만 반기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이거 안 줄까 보다.”

하지만 엄마가 그걸 내 입 속에 넣어줄걸 안다.

역시나 빙글빙글 돌던 고기 한 점이 이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과연 엄마를 패싱하고 아빠를 선택할 만한 '개꿀맛'이었다.

아빠가 초록색 병에 든 음료를 마실 때 가끔 하나씩 얻어먹던 맛보다 덜 자극적이며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개나 사람이나 본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다면 사람인 엄마가 받아들여야지.

난 개딸이니까. 그것도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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