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파란 물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사람들 사이를 정신없이 빠져나가고 있을 때 외치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자두야, 어디가? 거기 서, 거기 서란말이야!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작은 언니가 쫓아오고 있었다. 나는 붙잡히지 않으려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옆으로 많은 사람이 스쳐갔고 길은 복잡했다.
“자두야, 위험해. 거기 서! 차 온단 말이야.”
작은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득 내가 왜 달리는지 의아했다. 서라는 소리를 들으니 멈춰야 할 것 같고 쫓아오니 도망가야 할 것 같고.
추격전에 놀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길을 터주었다.
정면에 넓고 큰길이 보였고 횡단보도 양옆으로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 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망설이느라 잠시 멈추어 섰다.
그러던 사이, 언니가 빠르게 달려와 나를 붙잡았다. 얼마나 꽉 잡던지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붙잡혀 기분이 얼떨떨했다. 언니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다.
“자두야, 큰일 날 뻔했어. 널 잃어버릴 뻔했단 말이야.”
언니는 나를 놓칠까 봐 불안했는지 한동안 힘들게 나를 안고 갔다. 언니 품에 안겨 영문도 모른 채 달리던 그 길을 바라봤다.
"아이고, 힘들어. 자두야, 언니 힘들어서 안 되겠다. 이제 그만 내려서 걸어가자."
언니는 나를 내려놓으며 목줄을 단단히 채웠다. 그것으로 안심이 안 됐는지 줄을 여러 번 당기며 확인했다.
붙잡혀가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물론 생각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엄마는 부르고 언니가 찾으러 오는데 나는 왜 도망을 쳤는가. 가는 내내 알 듯 모를 듯 멍하기만 했다.
언니와 함께 돌아온 나를 보고 엄마는 안도하며 기뻐했다. 난 혼날까 봐 꼬리 프로펠러를 360도 가동하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야이, 이노무시키야, 도망가면 어떡해! 큰일 날 뻔했단 말이야!"
엄마는 감정을 실어 엉덩이를 한 대 때렸지만 이상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멀리 소나무 숲 사이로 큰언니가 보였고 엄마와 작은언니는 그곳으로 가는 듯했다. 걷는 동안 놀란 가슴이 조금씩 진정되어 안정을 되찾을 때쯤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파란 물이 보였다. 다시 가슴이 요동치고 그곳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엄마가 목줄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큰 언니는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자두, 물이 무서워서 그랬구나. 괜찮아, 바다에는 안 데려갈게.”
언니 말처럼 그래서 그랬던 걸까? 그 말을 믿고 싶지만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엄마와 언니들은 바닷가에서 한참 떨어진 모래사장에 자리를 깔았다. 난 그때처럼 큰 언니에게 붙잡혀 물속으로 끌려 들어갈까 봐 가족 주변을 맴돌았다. 큰 언니가 엄마 무릎에 눕자 비로소 안심이 되어 자리를 잡았다.
햇볕이 아직 뜨거웠지만, 배를 깔고 자리에 누우니 살 것 같았다. 큰 언니가 부드러운 손길로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죽기 살기'로 달려서 그런지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했다.
눈을 감고 쉬려고 하는데 멀리서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난 조심스레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