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사람이나 거둔 대로 가는 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빠져있다가 발라먹은 뼈다귀를 보자 문득 자두가 떠올랐다.
혼자 남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이제 그만 일어나야 했다.
불판 위에 남은 고기와 테이블 위 뼈다귀를 비닐봉지에 담아 고깃집을 나왔다.
그 봉지는 자두 아빠와 한 몸이 되어 앞뒤좌우로 춤을 추었다.
술에 취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는 자두 아빠의 팔을 잡고 집을 향했다.
“있잖아,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가면 자두가 누구한테 먼저 올지 내기할까?”
“좋아, 해보자. 근데 자두가 당신한테 갈 거 같아.”
내기는 흥미로웠고 자두에게 선택받을 자신이 있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자두와 헤어져 주말마다 보러 오는 생활을 한 지 일 년이 넘었다.
그동안 자두는 아빠와 주 5일을 보내며 '아빠 껌딱지'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사그라들었다.
비밀번호는 자두 아빠가 눌렀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공정하게 하려고 둘이 나란히 현관문 앞에 서서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선택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자 '그게 뭐라고' 긴장이 되었다.
앞발로 문 긁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자두는 문밖으로 나와 아빠에게 두 발로 터치했다.
'아니, 이럴 수가.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다니...'
“자두야, 들어가자.” 자신감에 찬 저 목소리….
자두는 엉덩이를 실룩대며 현관으로 들어가다 돌아와 또 아빠에게 터치했다.
그때 난 그곳에 없는 사람이었다. 자두는 나를 패싱하고 검은 봉지를 들고 있는 아빠 곁에서 알랑거렸다.
분위기 파악 못 한 자두 아빠는 불콰한 얼굴로 자두와 장난을 쳤다.
자두는 검은 봉지를 킁킁거리며 앞발로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봉지는 자두 아빠 손에게 자두 머리를 지나 재빠르게 내 손아귀로 들어왔다.
“자두! 너, 섭섭하다. 엄마는 본 척도 안 하고 아빠한테는 두 번이나 가고. 쳇! 실망이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자두에게 이런 말을 해 봐야 무슨 소용 있겠냐만은 그래도 속상했다.
‘자두에게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는 생각이 들자 서운했다.
‘내가 자기한테 어떻게 했는데 배신하다니….’
구시렁대며 봉지 속 자두 몫을 꺼냈다.
그 순간 자두는 달려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엎드려 꼬리를 흔들었다.
난 모른 체하며 고기와 뼈다귀를 삶아 식혔다. 자두는 앉았다 엎드렸다는 반복 하며 내 주위를 맴돌았다.
자두가 미워서 골려주고 싶었다. 고기 한 점을 집어 '후후' 불어가며 자두 머리 위에서 '빙빙' 원을 그렸다.
자두 얼굴이 고기를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이 우스워 속상하던 마음이 누그러졌다.
고기를 자두 입에 투척했다. 자두는 씹지도 않고 1초도 안 돼서 삼켰다.
맛있는지 혓바닥으로 코를 핥으며 낑낑대는 소리를 냈다.
자두는 여간해서 소리를 내지 않는데 더 먹고 싶어 못 참을 정도인가 보다.
혀를 날름거리며 앞발로 총총거리며 다음 고기를 기다렸다.
뼈다귀 하나를 물려줬더니 자신의 구역으로 가서 '씹고 뜯기'시작했다.
두 앞발로 뼈다귀를 누르고 이쪽저쪽 돌려가며 야무지게 먹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내기를 두어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모두 나의 승리였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게임에서 내가 선택받은 것처럼 기뻤는데….
이젠 내가 떠난 자리를 자두 아빠가 채워주니 그쪽으로 더 마음이 간 걸까.
많은 시간을 자신과 함께 보내는 아빠를 선택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고 순리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니 오히려 자두가 짠하다.
어린아이와 동물은 자기를 거둔 대로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빈손으로 들어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