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무지한 내 탓이야

by 명랑 숙영

자두가 사람들 사이로 어디론가 바삐 달아났다. 그 뒤를 작은딸이 서둘러 쫓았다.

자두 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졌다. 난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종종걸음 쳤다. 둔한 몸으로 속도를 내보았지만, 마음만큼 달릴 수 없어 답답했다. 자두와 작은딸, 둘의 모습이 사람들 사이에서 언듯 언듯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자취를 감췄다. 조바심이 나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혹 자두가 로드킬이라도 당하면 어쩌지.'

불길한 생각이 스치자 두려웠다.

자두가 달려간 길을 더듬어 따라가며 자두를 불렀다.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는 듯 힐끗힐끗 쳐다보며 웅성댔다. 지금은 주변 사람의 시선 따위를 의식할 때가 아니었다. 자두를 무사히 찾는 게 급선무였다.

벅찬 숨을 몰아쉬며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했다. 지쳐서 걸음이 잦아질 때쯤이었다.

멀리 사람들 틈 사이로 자두를 안고 ‘헉헉’ 거리며 다가오는 작은 딸이 보였다. 잃어버린 아이를 애타게 찾은 것처럼 만감이 교차했다.


“엄마, 오늘 달리기 한 번 제대로 했어. 자두가 큰길로 나가려고 할 때 전력 질주해서 겨우 잡았어.

내가 뒤쫓아가니까 더 속도를 내서 달리던데. 어찌나 빠르던지, 큰길에서 놓칠뻔했어."

“너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난 뛰다가 지쳐서 더는 못 뛰겠더라.”

“자두야, 왜 도망갔어? 엄마가 걱정했잖아!”

자두는 혓바닥을 길게 빼고 헉헉대며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호흡이 진정될 때쯤 엉덩이를 실룩대며 360도 꼬리회전을 하며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어 엉덩짝을 살짝 한 대 때렸다.


자두는 갑자기 왜 달아났을까.

자두는 겁이 많아서 산책하러 가도 내 시야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거리가 멀어지거나 내가 보이지 않으면 놀라서 달려왔다. 장난치느라 숨기라도 하면 '엄마를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는 듯 허둥지둥 찾으러 다녔다. 그런 자두가 우스워 풀숲에 웅크린 채 킥킥대며 숨어있었다. 나를 발견한 자두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산책에 집중했다. 가끔은 고개를 들어 내가 있나없나를 확인하며. 자두와 하는 숨바꼭질은 언제나 스릴 있고 재미있었다.


그런 자두가 달아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 일' 때문에 자두에게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여름휴가 때 자두를 데리고 딸아이들과 함께 계곡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큰 딸이 자두에게 수영을 가르칠 거라며 다짜고짜 물속으로 끌고 갔다. 안 들어가려고 버팅기는 자두를 계곡물에 빠뜨려 무작정 수영하라고 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웠을까. 반려견에게 수영을 가르칠 때는 먼저 물과 친해져 좋은 기억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두의 반응이 궁금한 나머지 조급함과 호기심이 앞서 경솔한 행동을 했다.


바닷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폈다. 자두는 우두커니 서 있다. 아무리 오라고 불러도 묵묵부답이다. 스스로 오도록 우리가 먼저 자리로 올라가 각자 편한 자세를 취했다. 잠시 기다리자 자두가 우리 곁으로 와서 자리를 잡았다.

물에 대한 첫 경험을 혹독하게 치른 자두를 무턱대고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로 데려갔으니….

‘자두야, 진짜 미안해. 다음부턴 좀 더 사려 깊게 행동할게.’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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