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에 놀란 건

외출할 땐 '엄마표 노즈워크'

by 명랑 숙영

30분 후면 자두와 헤어진다. 서너 시간이 지나면 자두 아빠가 돌아오지만 약속이 있어 씻고 나갈 게 뻔하다. 그러면 자두는 혼자 남아, 밤이 깊도록 가족이 돌아오기만 바라며 집 밖 세상에 귀를 기울이겠지.

그런 자두가 안쓰러워 그냥 나갈 순 없다. 그래서 외출할 땐 '엄마표 노즈워크' 놀잇감을 만들어준다.

고무줄이 늘어나 입구가 헐렁한 양말 위에 간식을 놓고 접는걸 두 번 반복한 후 뒤집는다. 마지막엔 양말 속에 간식을 두어 개 더 넣으면 완성이다.

처음엔 자두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 양말을 물어뜯기만 하더니 이젠 요령을 터득해 쉽게 간식을 꺼내 먹는다.


“자두야, 이리 와. 엄마가 던질 테니 받아!”

양말 한쪽을 안방을 향해 던졌고 자두는 네 발을 버둥거리며 미끄러지듯 양말을 쫓아갔다.

이번엔 자두의 입속을 향해 던졌다. 자두의 앞발은 가볍게 들렸고 양말은 자두 입속에 '착'하고 꽂혔다.

난 거리를 생각해 힘을 조절했고 자두는 위치를 가늠해 정확히 받아냈다.

두 번째 양말도 나이스 캐치!

이럴 땐 자두와 나는 환상의 케미다.


자두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놀던 공 속에 간식을 여러 개 넣고 던졌다. 공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자두의 입속을 향해 날아갔다.

공 안에 방울이 들어있어 움직일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 자두는 공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간식을 꺼내 먹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구멍보다 간식이 큰 경우엔 자두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럴 땐 젓가락으로 간식을 구멍으로 밀어내 자두가 빼먹기 좋도록 해준다.


마지막으로 개 껌을 줄 차례다. 포도 맛, 치즈 맛, 우유 맛 세 종류 중 어떤 걸 줄지 망설였다.

자두가 혀를 날름거리며 물끄러미 쳐다본다.

“자두야, 어떤 맛 줄까? 자두 어떤 맛 좋아해?”

다 잘 먹지만 그중 치즈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 치즈 맛을 입에 살며시 물려주었다.

예전에 껌을 던지다 이빨에 부딪혀 아프게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두야, 이제 엄마 간다. 엄마 올 때까지 잘 기다리고 있어.”

자두는 모든 행동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방을 메고 현관으로 갔지만 따라 나오진 않았다. 문을 닫으며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자두는 양말 속 간식을 꺼내먹느라 정신이 없다. 약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가든지 말든지 간식에만 관심이 있다니.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관문 앞에서 낑낑거리기라도 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공동현관문을 나서는데 보슬비가 내린다. 비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약한 흩뿌림이다.

잠시 망설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속담이 떠올라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두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심스레 문 손잡이를 돌렸다. 까치발로 현관으로 들어가 살포시 신발장을 열었다. 시야에 들어온 빨간색 우산을 숨 죽이며 집었다. 순간, 손잡이가 신발장 벽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다.

'헉! 어쩌지?'

그 소리에 놀란 건 자두가 아니라 나였다. 잠깐 숨을 멈추고 동태를 살폈다.

‘자두가 나오기라도 하면?’

다행히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무사히 우산을 집어 들고 뒷걸음질하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닫히는 문사이로 빼꼼히 들여다봐도 자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개는 청각 기능이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데 자두는 어찌 된 걸까. 몇 가지 의심이 들었지만 자두와 두 번 이별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두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엄마가 다시 왔다 간 걸 알까. 자두는 왜 나오지 않았을까. 혹시 어디 아픈가. 낯선 사람인 줄 알고 무서워서 못 나오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인걸 감안하면 아마 무서워서 못 나왔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 같다. 걱정 반 의구심 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집을 나선 이상, 자두는 잊고 내 일에 집중해야 한다.

‘자두야, 엄마 일 마치고 갈 때까지 잘 견디고 있어야 해’

마음으로 자두에게 당부한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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