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 더 베이직

기본, 또 기본

by 파란

"자 잘 봐! 상대를 옆으로 가위 차듯 쓸어 넘길 거야"


가드에서 상대의 양손을 잡고 몸을 비틀어 쓸어 넘긴다.

시저스 스윕.

우리 체육관에 들어오면 배우는 가장 기본 기술이자

항상 키즈부 아이들에게 수없이 연습시키는 기술이다.


"자 얘들아 이 기술 이름이 뭐라고?"


"시저스 스윕이요!"


아이들에게 수십 번, 수백 번 같은 기술을 연습시키고

반복, 또 반복을 하다 보니 이제 자연스럽게 외친다.

그중 어떤 아이들은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매트 위에 굴러가는 먼지를 만지작 거리거나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는 듯 보인다.




"어우 고수들끼리 대결이네! 이거 보기 쉽지 않은데!"


화이트벨트 시절, 스파링시간에 관장님이 큰 소리로 외치셨다.

브라운벨트를 맨 관원 둘이서 깃을 맞잡고

주먹인사로 콤바치를 하자마자

매서운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관장님 말씀대로 두 분은 노련하게 스파링을 치렀다.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서로의 수를 읽기 위해, 힘이 교착된 상태에서도

미세한 움직임에도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보는 이들마저 촉각을 곤두세우고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고수들끼리 대결을 보면 진짜 단순해"


한 선배님께서 옆에서 둘의 대결을 보며 읊조리셨다.


"서로의 한 끗이 있으니까, 급하지 않아.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으로 승부를 보게 돼"


정말이었다.

우리가 주짓수를 하며 보여주는 멋진 움직임과

화려한 동작과는 달리, 그 둘은 불필요한 것은 전부 쳐내고

말끔하고 정제된 움직임만을 보였다.


백투 더 베이직

관장님께서도 그렇고, 모든 분야에 있어서

다 같이 한입을 모아서 하는 얘기였다.


머릿속으론 이해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 그것.

축구를 하다 보면 네이마르나 호나우지뉴같이

화려하고 멋있는 개인기를 쓰는 선수들도 있지만

사실, 고수들은 그런 개인기보다는

가벼운 발재간으로 툭툭치고 나가는 '기본기'를 선호한다.


나 또한 주짓수를 할 때 그랬다.

멋있게 공중제비를 돌고, 델라히바 가드를 쓰며

상대방을 휘몰아치는 멋진 베림보로를 선호했지만

항상 결과는 카운터를 얻어맞고 백을 잡히기 일쑤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나는 '이기기 위한' 주짓수가 아닌, '보여주기 위한' 주짓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면 멋있겠지', '나는 이런 기술도 쓸 줄 알아'


마치 게임 속 주인공처럼 필살기를 쓰듯

한방을 노리는, 마치 공작새처럼 날개를 펼쳐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는 움직임에 불과했다.


점점 벨트가 높아지고 매트 위에서 구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해야 될 건 무엇일까.


사실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또 그것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상황과 트렌드에 맞게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성 또한 필요하고

그거에 발맞춰 내 성향과 체형에 따른 디테일도 같이 발전해야 한다.


주짓수는 본디 이런 타 무술들의 강점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걸 개선해 나가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움직임을 보이는 무술이었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 강대국의 조건은 힘이 센 것보다는

얼마나 타 문화에 대하여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느냐가

강대국으로 가는 조건 중 하나였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지만, 그런 기술들을 습득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선

항상 전제조건이 있다. 내실이 튼튼하고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흑백논리처럼 한쪽에 쏠려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중간 어딘가에 항상 답은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균형 있게 찾아가야만 한다.

주짓수를 하면 이런 몸도 마음도 중심점을 찾아갈 수 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가장 어려울 때는 다시 되돌아보자

백투 더 베이직.

언제나 기본에 답이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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