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 속_붉은 점

11번째

by 김현진

일방통행이라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으니 내려야 한다는 기사님의 말을 듣고는 카드를 앞좌석으로 건넸다.

재영이의 BAR까지는 여기서 10분은 걸리겠지만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까지 5분 밖에 남지않았다.

택시에서 내리지마자 총알처럼 목적지를 향해 튀어나갔다.

성운이는 이미 BAR 근처를 서성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늦을 까봐 뛰어 오셨구만, 숨 좀 고르고 들어가서 재영이보고 시원하게 한 잔 말아 달라 하자.”

“됐어, 너나 나나 서른밖에 안됐거든? 바로 들어가자.”

등에 흐르는 식은 땀이 굳어 얼음송이로 변해 피부를 촉촉하게 찔렀지만 그보다 사건이 우선이었다.

벨이 울리고 문을 열고 재영이를 불렀으나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같이 함께 모여있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계실지는 몰랐습니다.”

성운이가 먼저 같은 서에서 일하는 경찰 동료들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자 이민형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본 사건 때문에 경위님도 휴가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여기 오다니 무슨 일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

이민형 형사와 소림 형사는 왜 나와 성운이가 같이 왔는지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차마 대놓고 물어볼 수 없었는지 성운이에게 화살을 돌렸다.

“다른 건 아니고 어제 놓고 간 게 있어서 확인해보려고 왔습니다.”

“사장님께서 따로 보관하지 않으셨으면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CCTV는 확인해봤지만 고장난지 1주일쯤 됐다고 하셔서 저희도 확인을 못했으니까요.”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체스판에 체크메이트를 당할 수밖에 없는 퀸이 된 것처럼 촘촘하게 내가 범인의 뒤를 쫓을 단서들을 다 불사르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대화를 나누는 그들과는 고개를 등진 채 BAR 테이블을 뒤지고 있어 나의 당황한 표정을 그들이 볼 수는 없었다.


내가 테이블을 뒤적거리는 사이에 성운이와 이민형 형사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형 형사가 다른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 떠나야 된다고 말하며 밖으로 향했다.

“이경위님,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그 날 모임에 계셨던 모두가 용의자인 점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조사를 잘하고 있으니 믿어 주시고, 독단적인 행동은 삼가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지는 않으시겠지만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윗선에서 저랑 소림이 뿐만 아니라 경위님까지 화를 피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저희 경찰들도 목숨은 하나이니까요.

수사 잘 부탁드리고 저는 언제든지 괜찮으니 편한 시간에 이야기 나누시죠. 감사합니다.”

성운이는 이민형 형사의 에두른 협박에 굴하지 않고 여유롭게 받아 쳤다.

두 형사는 성운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BAR 밖으로 나갔다.

경찰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재영이는 앉았던 자리와 테이블을 정리를 시작했다.

“정신없는데 뭘 잃어버렸냐? 아까 경찰들이 말한 것처럼 CCTV는 고장나서 찾아볼 수 가 없어.

뭐 놔두고 간게 있었으면 내가 찾아서 보관했을건데 따로 없었거든.” 재영이가 접시를 들며 일어나며 물었다.

“어제 현진이가 희정이 바래다주려고 했던 거 기억나?”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성운이가 먼저 되물었다.

“응, 기억하지. 그나마 저 자식 우리들 중에 술 덜 마셨잖아, 희정이는 엄청 취했고 그래서 마무리할 때 다들 현진이보고 희정이 택시 태워서 조심히 보내라고 했잖아?”

“그래 나도 그렇게 기억하는데, 현진이 휴대폰에 어제 앱에서 택시를 불렀던 로그가 없어.”

“무슨 말이야, 이해가 잘 안가는데.... 누가 현진이 핸드폰을 바꿔치기라도 했다는 소리야?"

재영이는 자신의 추측이 거의 맞을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였다.

다들 내가 희정이를 바래다주는 걸로 기억하고 있지만, 하필이면 그날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CCTV는 고장이 났고, 나의 결백을 증언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눈물이 솟구쳤다.

차마 이런 꼴을 친구들에게 보일 수 없어 그저 내 눈만 빨갛게 아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범인이 원하는대로 구렁텅이에 끌려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결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는 없어. 하지만 나는 정말 희정이를 죽이지 않았어 내가 대체 왜 희정이를 죽여? 게다가 난 모두와 어제 처음 다시 만났는 걸.”

“진정해 김현진, 일단 네가 말한 것처럼 너가 범인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거 부정하지는 않겠어, 하지만 범인도 분명히 흔적을 남겼을 거야, 그걸 우리가 찾자.”

나와 재영이의 시선은 난감한 제안을하는 성운이를 향했다.

아까 형사들이 이야기한 내용 벌써 잊어버렸냐고 물어보려고 입을 떼려했으나 재영이가 선수를 쳤다.

“너 아까 형사들이 말한 거 벌써 잊었어? 아니 잊는 게 문제가 아니라 너가 전문가니까 더 잘 알잖아?

넌 절대로 이 일에 개입하면 안돼. 현진이만 위험해지는 게 아니라 너 먹고 사는게 위험해 질지도 몰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너같이 너만 생각하는 놈은.” 성운이는 그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도발적인 말투로 비꼬며 대답했다. 재영이는 잠깐 동안 굳어 있다가 기가 찬다는 듯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는 나만 생각하지 너같이 성인 군자는 아니니까, 그러니까 영업 준비하게 당장 여기서 나가!!”

재영이가 큰소리로 소리치자 성운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발로 차며 나갔다

문이 삐걱 삐걱 소리를 내며 회전을 하기 시작해 진자 운동을 멈출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제를 챕터로나누지않고 몇번째로 쓴 글인지로 구분하려고합니다. 짧은 글이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려는 습관을 기르려고합니다. 항상 좋아요 눌러주시고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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