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 속_붉은 점

14번째

by 김현진


BAR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 사람은 나와 희정이었다 물론 가게 주인인 재영이는 제외하고.

재영이는 조금 치우고 들어가야 내일 장사할 수 있겠다며 우리 둘을 문밖까지 배웅해줬다.

희정이는 그 하얀 얼굴에 들불이 일어난채로 한 팔을 내 어깨에 두르고는 재영이에게 잘 놀았다며 손을 크게 휘저었다.


'그런데 내가 어디에서 차를 탔더라?'

그 날밤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감고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침 지나가는 차의 매캐한 매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집중을 하지 못하고 눈을 떴다.


바로 앞에서 차를 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약 바로 앞에서 차를 타려고 했다면 재영이가 굳이 문밖으로 우리를 그 추운날에 내쫓았을리는 없을 테니까.

'그러면 어디서 희정이를 태워서 보냈지?'

기억속에 의존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한손으로 핸드폰을 켜서 지도를 봤다.

BAR는 골목 어귀에 있어 왼쪽으로 꺾어서 나가면 대로까지 5분

만약 직진을 한다면 왼쪽으로 나가는 것 보다 2분 정도 더 걸리지만 그곳에는 택시 정류장이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골목의 안쪽으로 더 돌아가는 가야하니 아마 그 길은 선택하지 않았을거고..

나는 왼쪽으로 돌아 대로로 바로 향했는지,

아니면 직진을 해서 택시정류장까지 희정이를 데리고 갔는지 기억나지 않아 일단 대로로 향했다.

여차하면 왼쪽으로 돌아 대로로 나와서 우회전하면 직진해서 나오는 택시정류장까지 갈 수 있으니 그 길을 따라가면서 기억을 더듬으려고 했다.

왼쪽으로 돌아 나가는 길은 특별할 게 없었다.

다만 비싼 동네와 어울리지 않게 전선들이 마구잡이로 얽혀 있었고, 길은 밤손님들의 흔적인지 쓰레기들이 길가를 뒤덮었다. 길을 돌아 대로변으로 빠져나왔지만 이 길은 처음 지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왼쪽으로 돌아서 나간 것 같지 않아 대로에서 우회전해서 다시 택시정류장까지 향했다.

내 오른편에는 상점들, 회사의 영업소들, 술집이 내리막길을 따라 늘어져 있었다.

꽤나 가파르게 내려 가야하는 길이라 눈이 오는 그날 밤 내가 이 길을 택했을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희정에는 완전 꽐라 상태라 여차하면 내가 업고 가야했던게 기억이 나지만 나도 어떻게 어디서 희정이를 보냈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취했었으니..


이내 택시정류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정류장 근처에는 작은 공원만이 있을 뿐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택시 정류장에서 희정이를 태워준 것 같지는 않았다.

희정이를 이곳에서 태웠더라면 나도 택시정류장에서 그냥 기다렸다가 차를 타고 집에 갔지 멍청하게 그 추위속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10분이나 걸었을 리가 없으니까.

혹시라도 서울역처럼 정류장에 저녁에 사람이 많은 곳인가라고 생각해봤지만 여기는 업무지구에서 좀 멀고 그렇게 큰 상권이 아니고.. 거기에 내 머리는 약기운과 술기운이 결합해서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대체 그럼 나는 어떤 길을 따라서 간 거지?'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다시 택시정류장의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BAR로 가는 길로 향했다.

BAR로 가는 길은 일방통행이 아닌 좁은 도로였지만 오가는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내가 머리를 짜낸다고 한들 아무것도 명확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는 순간 기억이 머리통을 후려치며 돌아왔다.


저 빨간 우체통에서 희정이를 보내줬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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