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진 Aug 31. 2021

하얀 밤 속_붉은 점

25번째


“정말 다행이네요 선배님. 그분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지금 제 앞에 계시지도 못할 뻔했으니..   

그런데 그 경찰관 이름이 좀 특이하지 않았어요?”

 “어.. 좀 특이했지 황..소.. 아니 소황, 그분 성함이 너랑 비슷하네? 혹시 너랑 가까운 사이인 건가?” 

소림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지런한 하얀 이를 들어내며 활짝 웃었다. 

“저희 삼촌이에요. 친척들이 모일 때 마다 자기가 누구를 구했는데 그 사람이 자기처럼 경찰이되고나서 인사 왔었다고 자랑을 명절때마다 했거든요." 

이민형은 입을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림을 바라봤다. 

소림은 계속해서 웃으며 자신이 경찰이 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 사건과 관계는 전혀 관계는 없습니다. 

다만 오래 전부터 부모님께서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된다고 말씀하셔서 태권도, 합기도, 검도 같은 걸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고 지역대회에서는 1등은 아니지만 상도 따고 했었죠. 

하지만 그걸로 먹고 살정도의 재능이 없다는 걸 고등학교 때 깨닳았고 공부도 마찬가지로 완전 잘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진학을 고민할 때 차라리 경찰이 되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삼촌이 말씀하셨어요.  

내근직으로 빠져서 험한 꼴은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시고는 저에게 권유하셨겠지만, 

제가 가만히 있는 건 못 하는 성격이라 경찰 조직 안에서도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아직은 모자란 후배 잘 알려주시면 결초보은하겠습니다.” 

소림은 왼손 보자기에 오른주먹을 밀어 넣고 장난스럽게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민형은 당돌하지만 단순한 그녀의 이유에 어이가 없었지만 소림에게 알밤을 먹이며 그녀의 장난을 마무리했다.


“이제 다 먹었으면 그만 일어나자고, 더 노닥거리기엔 시간이 많이 없으니까. 

피해자의 집은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나는 걸어서 거기로 바로 갈께, 소림 형사는 뒷정리하고 바로 박호준의 집으로 가봐.”

그의 지시 사항을 따르겠다고 소림이 대답하자 이민형은 차에서 나와 핸드폰을 켜서 지도를 확인했다. 

정희정의 집은 여기서 10분정도 걸으면 도착할 거리였고 역 근처에 위치한 쇼핑몰과 연결이 되어있었다. 

이민형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대형 쇼핑몰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쇼핑몰 안에 노오란 불빛을 내뿜는 등들이 연말 분위기를 따스하게 빛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민형은 그런 분위기에 젖을 틈 없이 골똘히 사건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연말에는 분위기에 취해 사건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는 골치 아픈 시즌이므로 이민형에게는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현재 맡고 있는 사건이 오랜 시간동안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준비해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빨리 사건을 해결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싶다는 조급함으로 그의 가슴은 가득했다. 

푸근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나오는 지하1층을 지나 1층으로 올라가 오피스텔과 연동된 통로로 향했다. 

오피스텔로 진입하려면 출입문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지만, 그가 알 턱이 없었다. 

이민형은 어쩔 수 없이 벨을 누르고 경비원에게 자신의 방문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며 신분증을 꺼내 들어 카메라에 가져다 댔다. 

신분증을 들이 밀자 경비원은 말없이 문을 열어줬지만 이민형이 엘리베이터 문앞에 설때까지 이민형의 옆에 찰싹 붙어 질문을 쏟아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얼마나 시달릴지 잘 알고 있기에, 그는 큰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단순히 이야기를 하러 왔으니 아파트를 생각해서라도 소란스럽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영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주변의 이웃이나 아래층에 사는 1506호 입주민에게 특이한 점이 없었는지 물어라도 보려고 이 곳을 찾아왔다. 

혹시라도 그들의 증언에서 정희정이 말하는 스토커의 흔적이라도 찾는다면 그리고 그 스토커가 범인과 연관되어있다면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을테니까. 

꼭대기 층인 16층을 누른 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짧은 우유 광고를 한 편 다 보고 나니 천천히 문이 열렸다. 1603호 부터 1606호 까지는 오른쪽으로 가라는 안내 표시판을 따라 건물 우측 끝에 위치한 1606호로 향했다. 지나가면서 훑어본 각 방마다의 간격과 호수를 생각했을 때 방은 투룸에 14평정도 일거라 이민형은 생각했다. 


-1606호- 


문 앞에는 그녀가 죽기전에 시켰던 작은 택배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민형의 눈에 들어온 수신자의 이름은 정희정이 아닌 이민주였다. 

먼지가 쌓여 있거나 더럽지 않은 것으로 보아 최근에 배달된 것처럼 보였다. 

이민형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용의자들의 연락처를 찾다가 이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는 이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벨소리는 1606호 안에서 들려왔다. 

작가의 이전글 하얀 밤 속_붉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