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1 마무리
경찰들은 사건에 관해 서로 이야기하다 내가 나타나자 나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어제의 모임은 어떤 모임이었습니까?”
“대학교 동아리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끼리 10년만에 모이는 자리였습니다.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얼굴 보는 걸 미루고 있었는데, 바를 운영하는 재영이가 모두 초대해서 모였습니다."
계속해서 말하고 싶었지만 목에서 쉰 공기소리만 새어 나오자 꿀물을 들이키려고 잔을 들었다.
잔을 잡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핏줄과 두려운 마음을 어루어만졌다.
“희정이와 다른 친구들은 제가 도착하기 전에 모두 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진료가 늦게 끝나 약속시간인 7시보다 20분정도 늦게 도작했거든요.”
이민형 형사는 오른쪽 눈을 치켜 뜨며 혹시 내가 직업도 의사냐고 물었다.
“아니요, 저는 해운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병가를 내고 정신과에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어떠한 일 때문인지는 개인 사라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고 이번 사건과도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더 여쭤보지는 않겠습니다. 다른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어제 희정씨와 서로 말다툼을 하거나 평소에 앙금이 있었을 만한 인물들이 있었습니까?”
사건과 관련된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최대한 의심을 피하고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희정이는 예전부터 모두에게 정말 잘해줬습니다.
대학 시절 민주집이 갑자기 망하는 바람에 보증금도 없어 집이며 학교며 어느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민주에게 자기 이름으로 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어서 민주에게 삼천만원을 아무말 없이 빌려줬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그럴만한 능력도 없었을 뿐더러 나중에 민주가 이런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희정이에게 물어보니 괜히 민주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었습니다."
나는 잠시 선의를 베푸는 친한 친구가 죽었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경찰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울음이 터져나올 것 만 같았다.
"그 뿐만 아니라 어제 저녁 자리도 자기가 제일 잘 벌고 있으니 너희들 모두 지갑 닫고 있으라며 호탕하게 카드를 긁으려고 하던 친구였습니다.
누구도 희정이를 싫어 할 수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 항상 돈으로만 주변 사람을 도와주는 타입은 아니었으니까요.
어젯밤도, 제가 아직 공황을 벗어나고 있지 못해서 괴롭다고 이야기했더니, 자기 전공이니 ‘대신 너는 술은 이제 그만 마셔!’라며 장난치며 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지금 진료하시는 선생님이 별로면 자기 대신 잘아는 선생님께 부탁드릴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신경을 써줬으니까요."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힘이 없었다.
그들에게 의심을 받는 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졌지만 그보다 희정이를 잃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덮쳐 이내 나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격양된 목소리로 계속해서 울어대자 앞의 경찰들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두 손 끝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며 양 이마를 위로 밀어댔다.
눈물과 콧물을 지우려고 휴지를 한통을 다 쓸 때까지 나를 기다리고는 그들은 질문을 이어나갔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만 들었을 때는 누군가 원한을 가지는 게 어려워 보이는군요.
그렇게 소중한 친구분을 잃게 되셔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혹시 어제 모임에서 평소와 다른 일은없었습니까?
상투적인 위로를 남긴 채 이민형 형사는 어제의 모임에 대해서 나에게 캐묻기 시작했다.
“아니요, 저희는 함께 대학시절 이야기를 나눴을 뿐 입니다..
경관님의 물음에 더 답하기 전에, 저도 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민형 형사는 양쪽 눈썹을 치켜 떴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말하라고 했다.
“희정이는 어디서 발견됬나요? 제가 택시에 태울 때 까지는 취하긴 했어도 집주소를 물었을 때 대답은 했었습니다.”
“희정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근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출근하던 직원이 발견하여 오늘 새벽에 신고가 들어왔었고, 저희는 현장에 가서 어제 정희정씨의 통화기록과 문자 내용들을 살펴보고 가장 먼저 댁으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더 물었다.
“그러면 가족들은 희정이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소림 형사가 김이 사라진 차를 후후 불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네 가족분들께는 발견하자 마자 바로 연락 드렸습니다. 현진씨도 충격 받으셨겠지만 가족분들은 더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소림 형사가 말을 마치자, 이민형사는 왜 나의 감정을 더욱 자극시키는 말을 하냐며 소림 형사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첫 사건이다 보니 실언을 했습니다.”
나는 괜찮다며 몸도 마음도 지쳐 너무 힘드니 질문이 있으면 얼른 마무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아리는 무슨 동아리였나요?” 소림 형사가 실수를 만회하고자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차를 마시는 동아리였습니다. 사실 차보다는 친목질이 목적이었고, 그 덕분에 여러 학과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소림 형사는 작은 수첩에 동아리라고 적고, 그 위에 붉은 색으로 별을 그렸다.
“새벽에 정희정씨를 택시에 태웠다고 하셨죠? 택시에 태울 때 희정씨나 택시기사 측에 수상하다고 생각되는 바가 없었습니까?” 이민형 형사가 물었다.
나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려고 눈을 감고는 한 장씩 기억의 페이지를 과거로 밀어냈다.
“저도 술에 잔뜩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어디로 가야 되냐고 물었을 때, 희정이가 집주소를 말해줬고, 저는 기사님께 잘 부탁드린다며 5만원권 한 장을 기사님께 전달 드린게 전부입니다.
혹시 택시기사가.. 희정이를 죽인 건가요?"
소림 형사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직 조사를 더 해봐야 겠지만 그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현진씨는 댁에 어떻게 돌아오셨습니까?”
나는 핸드폰으로 어제 친구들에게 보낸 메세지를 들여다 보고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가 희정이를 보냈다고 친구들에게 메세지를 보냈을 때가 1시 30분쯤이었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희정이를 보내고 10~2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네요. 워낙 취해 있어서 혹시라도 택시에서 실수 할까... 조금 걷고 난 후에 길에서 택시를 잡아 집에 돌아왔습니다.”
내가 말을 끝내자, 두 경찰관은 동시에 나의 알리바이를 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이민형 형사는 내 이름과 시간만 간략히 적었고, 소림 형사는 다시 한번 동그라미로 시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언제 집에 정확히 돌아오셨는지 기억나세요?”
소림 형사가 정확한 타임라인을 궁금해하는 목소리로 정중하게 물었기에 나는 불확실하지만 성실하게 대답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시 쯤에 집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이민형 형사는 턱을 괴고 미심쩍은 눈초리로 나를 계속해서 처다봤지만 일부러 그의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그러자 두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문 앞으로 향했다.
“오늘은 여기 까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아침부터 갑자기 찾아 뵙게 되어 죄송했습니다.
다만, 추가로 현진씨의 진술이 필요한 경우에 다시 찾아 뵐 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차 잘 마시고 간다고 아내분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다음에는 누구와 이야기하실 겁니까?”
궁금한 것을 참을 수 가 없었던 나는 그들의 뒤에서 질문을 던졌다.
“뭐, 거기 계셨던 모든 분들과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미 다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이민형이 말을 마치자 두 형사는 문을 열고는 집 밖으로 나갔다.
수리가 되지 않은 철문은 끼익끼익 거리며 끝까지 닫히지 않았다.
녹이 슬어 끝까지 닫히지 않은 문이,
이제 겨울이 시작이라는 듯 찬바람을 몰고 들어오며 쾅하고 닫혔다.
--매주 화/토 연재예정입니다--
*지난 주는 건강악화로 인해 연재하지 못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