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귀하게 여겨라.

by 담빛노트


식사를 준비하다가

스테인리스 젓가락 사이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2년 전쯤이었을까.

“누구보다 나를 귀하게 여겨요.”

그 말을 건네며 지인분들께 건넸던 선물이었다.


물론 내 것도 하나 샀다.

그런데 이상하게 식탁 위에 올려놓지는 못했다.

괜히 혼자만 반짝이는 것 같아서.

괜히 내가 좀 튀는 것 같아서.

괜히… 나를 귀하게 여기는 게 조금은 쑥스러워서.

그래서 그 숟가락과 젓가락은


그저 숟가락통 사이에 늘 껴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이걸 이제야 다시 보게 된 내가 조금 웃겼다.

그리고 조금 기특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아이들이 남긴 밥을 먹어치우느라

배만 나왔고,


아이들이 “엄마!” 하고 부르면

비서처럼 쪼르르 달려갔고,

사춘기라 조심해야 하고,

괜히 한마디 했다가 구박도 받고,


어느 순간

나는 뒤치다꺼리 전문 직원처럼

살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스테인리스 한가운데에서

당당하게 빛나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보며

생각했다.


아, 맞다.

그래도 나는

빛나는 사람이었지.


누가 뭐래도

나는 나다.


그래서 앞으로는

혼자 밥을 먹는 날에도

소심하게 아무 그릇이나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예쁜 그릇을 꺼내고

반짝이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마치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나를 대접하기로 했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

나와 함께 살아줄 사람은

결국 나니까.


그러니 오늘도

밥 한 끼쯤은

나를 귀하게 여기는 태도로 먹어도

괜찮겠지.


스테인레스 속 언제나

그자리에 있던

나의 반짝이는 숟가락과 젓가락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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