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왜 하는가

by 현도현

[마라톤은 왜 하는가]


습관처럼 묻는다.

마라톤은 왜 하는가?


수없이 반복해 온 질문이지만, 여전히 한마디로 답하지 못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했으나, 솔직히 풀코스는 건강에 보탬이 되기보다 몸을 혹사하는 일에 가깝다.


대구마라톤에 도전은 처음이다. 본향에서 열리는 대회라 꼭 한 번은 달리고 싶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사만 명이 넘는 건각들이 모인다는 사실에 내심 긴장했으나, 광장은 넓었고 운영은 매끄러웠다. 출발지인 대구 스타디움은 고도가 높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탁 트인 시야가 선수들의 긴장을 조금은 덜어준다.


출발선에 서면 언제나 설렌다. 수만 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심장 박동으로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다. 어쩌면 이 설렘이 내가 계속 달리는 이유일지 모른다.


10km 지점, 범어네거리에서 수성교로 이어지는 길은 낯익다. 고등학생 시절, 청운의 꿈을 안고 자전거로 오가던 도로다. 반세기가 흘러 백발이 성성한 장년이 되어 같은 길을 두 발로 달린다. 그때의 꿈을 되짚으며. 주변 풍경이 바뀌고 시간은 흘렀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길 위에서 과거의 나와 조우한다. 혹시 이런 기억의 환기가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프를 지나며 기온이 급격히 오른다. 완만하지만 길게 이어지는 업힐이 몇 차례 반복된다. 특히 지친 몸에 맞서는 오르막은 심리까지 흔든다. 다행히 연도의 응원이 힘이 된다. 동원된 듯한 구간도 있지만, 순수하게 나온 시민들도 많다. 아이들이 해맑게 손을 내밀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이 작은 긍정의 순환이야말로 마라톤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37km 지점에서 휠체어를 밀며 달리는 부자를 만났다. 근육병을 앓는 아들을 태우고 오르막을 오르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고통과 결의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밀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안다. 그들의 완주는 오롯이 그들 자신의 힘이어야 한다. 그들에게 마라톤은 기록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의식일 것이다.


38km 지점부터 2km 넘게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종아리에 쥐가 나 걷다 뛰다 반복한다. 막바지에 이런 구간을 배치한 코스 난이도가 야속하지만, 이미 선택한 길이다. 돌아설 수는 없다.


다시 묻는다. 나는 왜 달리는가.


세상 기온이 변한다고 해서 내 마음의 중심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가치를 지키는 일. 흔들리더라도 멈추지 않는 태도.


나에게 마라톤은, 남에게 박수받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존경받기 위한 도전이다.



[일시] 2026년 2월 26일

[대회] 대구마라톤(대구시내)

[기록] 4시간 21분 44초(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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