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56
어릴 적에 '이홍렬'이라는 유명한 개그맨이 있었다. 대단한 입담의 소유자인 그는 다양한 콩트를 히트시켰고, 자신의 이름을 딴 '이홍렬 쇼'라는 프로그램까지 진행했었다. 특히 콧구멍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 '뺑코'라고 불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TV나 신문에서 그 이름이 보이거나 들리면 당연히 연예계와 그 개그맨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던 언젠가부터 스포츠 면에서 유사한 이름이 종종 보였다. 그것도 관심도 적고 생소했던 마라톤에서 말이다. 그가 바로 마라토너 '이홍열'이었다.
그는 1980년대 대한민국 마라톤계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1981년 제51회 동아마라톤에서 1위를 차지했고, 1983년 뉴질랜드 해밀턴 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1984년 동아마라톤 대회에서는 2시간 14분 59초의 기록으로 10년 만에 한국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최고가 되었다. 같은 해 LA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하였으며, 은퇴하기까지 국내외 80여 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활약을 펼쳤다.
대성고등학교 1학년에 장거리 달리기에 뛰어든 그는 천재적인 면이 있었다. 불과 2년 후인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선수권대회 1만 미터 경주에서 불과 0.1초 차이로 한국 신기록 달성을 놓치는 기록을 거뒀으니 말이다. 그는 한국 최초로 마라톤에서 2시간 15분의 벽을 돌파한 인물로, 손기정, 서윤복 이후에 우리나라 마라톤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선수였다. 김원기, 황영조 그리고 이봉주 등 후배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어 우리나라 마라톤의 중흥기에 군불을 때웠다고 볼 수 있다.
마라톤을 은퇴한 이후 그는 가수, 건설과 경영 컨설턴트 등 달리기와는 무관한 '외도'의 길을 걷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마라톤'으로 돌아왔다. 먼저, 그는 마라톤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1998년부터 일산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RUNJOY 마라톤 클럽'을 운영하며 건강하게 달리고, 즐겁게 달리는 것을 전도했다. 이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료 마라톤 교실을 운영하며, 많은 이들에게 달리기의 즐거움과 건강한 삶을 전파했다. 그의 지도를 받은 사람들이 누적 2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얼마나 열심히 다녔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00년대 초 참여했던 마리톤 대회에서 목청 높여 "출발!"을 외치던 그분의 모습도 생생하다.
그의 공식 직함은 '운동치료연구원 원장'이다. 그냥 자발적으로 만든 명함이 아니다. 2007년, 우리나라 마라토너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스포츠의학박사를 획득하며 척추 및 관절 전문가가 되었다. 마라토너로서의 경험과 이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운동과 달리기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한 때 유행했던 '마사이' 신발이,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발가락의 운동능력을 상실시키는 영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그 신발은 이제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또 잘못된 '교정 깔창'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하며 자연스러운 것이 오래가고,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걷고 달릴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건강하게 달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달리는 게 쉬워 보이지만 동작이 잘못됐을 때 엄청난 악영향을 미칩니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주 힘든 과정입니다. 무릎 연골이 닳거나 파열되고 관절 인대도 찢어지기도 합니다. 앞이나 뒤로 몸이 기울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보폭을 11자로 해서 달려야 합니다. 착지 때 무릎은 살짝 굽혀져 있어야 합니다. 약 165도로 굽혀주는 게 좋습니다. 팔도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흔들어야 하고요. 고개를 숙이고 달리면 흉부 갈비뼈를 눌러 호흡을 잘할 수 없어요. 그럼 오래 못 달려요. 준비운동과 정리운동도 잘해줘야 합니다. 대부분의 달린이들이 몸도 풀지 않고 바로 달리고 끝나고도 그냥 집으로 가죠. 아주 잘못된 습관입니다.” - 동아일보(2023.5.6)
또, 그는 초보자의 달리기 강도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가이드를 한다.
A는 건강한 편으로 10㎞를 뛰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 B는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 C는 고도비만 등 마라톤을 뛰어보지 못한 사람이다.
초급자 A는 일주일에 4-5번, 한 번에 50-60분 달리도록 한다. 이때 시작할 때 ‘편하다’는 생각이 뛰면서 ‘약간 힘들다’라고 느낄 때까지 조절한다. 이 정도의 상태는 분당맥박수가 처음 90회에서 130회를 넘기면 안 된다.
초급자 B는 일주일에 3-4번, 40-50분 정도 뛰는데 이때 ‘편하다(분당맥박수 90회)’에서 ‘조금 편하다(분당맥박수 110회)’를 유지토록 한다. 마지막으로 초급자 C는 ‘편하다’(분당 맥박수 90회)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2-3번씩, 30-40분 뛰면 부상도 없이 뛸 수 있다. - 대전일보(2011.4.10)
수술 없이 운동으로 자신의 디스트를 치료했던 그는 아무런 준비가 없이 달리는 것에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마라톤은 오랜 시간 동안 전신을 이용하는 힘든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리기 전에 준비운동과 마치고 정리운동이 꼭 필요하다. 많은 러너들이 그것을 무시하고 생략한다. 잘못된 달리기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한 때 우리나라 최고의 마라토너였던 그는, 이제 '건강 전도사'로 불린다. 기록과 성적에 연연하는 달리기는 부상과 또 다른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환갑을 넘긴 이후에는 풀코스는 생각도 하지 않으며,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것에 집중한다고 한다.
이제 곧 봄이다. 많은 러너들이 꽁꽁 얼었던 겨울을 벗어던지기 위해 달려 나갈 것이다. 그전에 이홍열 원장의 당부를 새기고 먼저 준비를 충분히 하면 어떨까?
사람들이 달리기를 시작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욕을 부리기 때문이에요. 마라톤 완주를 꿈꾸고 달리기에 입문했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수준에 맞게 운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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