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든 생각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23
토요일 아침, 자그마한 배낭에 작은 물 한병, 초콜릿 하나 그리고 휴대폰을 담는다. 10km 이상을 달리기 위해서 준비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오면 9km가 조금 넘는데, 오늘은 조금 더 달려보고자 한다.
연일 이어지는 30도를 웃도는 더위와 주중에 이어졌던 일정들로 몸은 지칠 대로 지쳐있던 터라 무리해서 달리겠다는 욕심은 이미 버렸다. 그래도... 10km보다는 더 달렸으면..
천천히 출발했고, km당 페이스가 5분 30초에서 6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오케이"
공원을 나와 도로 길로 접어들 때쯤, 8km를 넘어갈 때쯤, 강력한 '똥 멍청이' 같은 생각이 올라왔다. "너무 덥잖아. 이런 날은 이 정도만 하자. 다음에 좀 더 일찍 나와서 뛰면 되잖아.."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달리는 나에게 큰 저항이 되지 않는다. 몇 백 미터를 어기적 거리면 달리면서 또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가뿐하게.
평소에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달린다. 그런데, 오늘은 이어폰을 끼고 이런저런 강의(?) 스트리밍을 들으며 달렸다. 떨어지는 땀방울보다 더 많이 떠오르는 생각 속에서 이런 문장을 떠올렸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최악 最惡
현재에 매몰되는 것은 죄악 罪惡
미래를 바라는 것은 차악 遮惡
지금까지 없던 것을 만들기 위해 달려라.
나는 왜 달리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어떤 인정을 받으려고, 이 힘든 길을 가는 것일까? 왜 하필 달리기를 하겠다고 했으며, 42.195km라는 목표는 왜 고집하게 되었을까?
글로 다 적어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사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이미 잊은 것들도), 가장 큰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어제와 같이 오늘을 사는 것은 답습踏襲이다. 답습을 계속이어가면 삶은 후퇴後退하게 된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상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주변을 대충 살펴보면, 대부분 나와 비슷하게 사는 것 같이 보인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음식을 먹고, 다들 투덜투덜거리면서 또 하루를 정리하는 것 같이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고, 지금과 다른 내일을 꿈꾸는 이들에 의해 새롭게 개조된다.
최근 세계의 가장 큰 화두는 AI이다. 그 열풍은 생성형 AI 시장을 치고 나간 Open AI(챗GPT회사)에서, AI시장의 핵심 기술인 AI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NVIDIA로 그 관심이 옮겨갔다. 엔비디아는 최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가 얘기하려는 것은 이렇게 세상을 이끌어가는 회사와 창립자의 통찰력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군가는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왜 이런 '누군가'가 될 수 없을까?
과거에 집착하거나 현재에 매몰되어, '남들도 그렇게 지내겠지..'라며 안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강이나 도심이 바라보이는 곳을 달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저 많은 건물들도 다 주인이 있겠지?"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 서울을 둘러싼 산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참 많은 건물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중에 내 소유의 것은 없거나 아주 작은 존재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널려있는 수많은 자본주의의 산물들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이제 나는 그 답을 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없던 것을 꿈꾸며 달려온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1시간 30분 동안 나는 달린 걸까, 생각을 한 걸까?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마라톤완주도전 #꿈 #달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