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꼬르륵 과그륵 꾸르륵 소리 나

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by 소시야 서새이

컴퓨터 학원에서 "꼬르륵" "꾸르륵" 소리가 난다. 조용히 할 때 더 크게 들린다. 민망하다. 큰소리는 아니지만 소리를 최대한 안 들리게 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움직여 보지만 역부족이다. 난 밥 먹고 1시간 뒤에 자주 소리가 난다.

왜 그럴까?

물어보기 민망하여

'소화되는 소리구나'

생각한다. 평소에는 괜찮다. 밥 먹기 싫어 들쭉날쭉하게 먹거나 함께 모여 많이 먹으면 배가 불편하다. 그럴 때 저만의 처방법으로 보리차를 마신다. 보리차는 배를 편안하게 해 주고 찬물에 넣어 마시면 되는 티백도 있다.


나처럼 장이 특별한 동료가 있다. 동료는 밥 먹고 30분 되지 않아 화장실로 향한다. 평소에도 그렇단다.


어떤 사람은 변비가 심하고 어떤 사람은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직행하여 급똥 누는 사람도 있다.

왜 그럴까?

혹시 장의 길이와는 상관있을까?

장이 긴 사람은 변비 가능성이 오히려 높으며 짧은 사람은 급똥 할 가능성은 높을 수 있으나 근거는 아주 희박하다.


오히려 먹는 음식과 스트레스 즉 환경 문제인 경우가 더 높다.

즉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눈치 없이 "꽈르르" 주전자에서 물이 꿇듯이 부글부글 장이 끓으면 불편하다. "장아, 제발 진정해 주지 않을래?" 아무리 말해도 대답 없이 여전히 부글부글 꿇는 소리만 낸다.


여러분은 언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요?

상사에게 한마디 들었을 때, 친구들에게 왕따 당했을 때, 단톡에 테러당했을 때 먹고 싶은 음식 못 먹을 때 등.... 다들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며칠 전부터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다. 빨간색 현관문이 있는 샌드위치. 치즈, 야채, 고기가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 한 입 뺏어먹으면 야채의 아삭함과 고기의 쫀득함, 그리고 빵의 몽글림과 부드러움이 어우려 입안에서 파티가 벌어진다. 그래서 가끔 샌드위치가 생각난다. 우리 가족은 샌드위치를 좋아하지 않아 혼자 먹는다. 퇴직하고 컴퓨터 학원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언어 배우면 뿌듯함과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나는 뭘 하고 있나?" "계속 이렇게 지내도 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하고 복잡하다. 추석에 먹고 남은 음식이 있어 저녁 식사로 샌드위치 사 먹기가 부담스러워 하루, 이틀을 참고 나니 마음이 힘들었다. 먹고 싶은 샌드위치도 선 듯 먹지 못하다니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일하면서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해 아픈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면 꼭 아팠다. 삼일 째 오늘도 아파 학원을 쉬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누리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다. 어떤 사람은 먹고 싶어도 그냥 참아지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유독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 꼭 탈이 난다. 그냥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매일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 몇 달에 한번씩 샌드위치가 먹고 싶고 홍어가 먹고 싶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과일은 챙겨 먹는다. 나는 주로 내가 원하는 것 중에 먹고 싶은 것과 자주 다툰다. 먹고 싶으면 "그래 먹자" 하면 되는데 먹지 않고 버티다가 탈이 난다. 그냥 마음 편히 먹고 행복한 사람으로 살자.


당신은 어떤가요?

내가 누려도 되는데 못 누리고 살고 있지는 않나요? 이 나이가 되어도 자꾸 그런다. 내 상처에 소금 뿌려 더 아프게 한 후에 '아, 아프구나'를 느끼는 미련한 사람이다. 그런 나를 지인들이 먹을 것을 챙겨주고 챙겨준다. 늘 감사하고 고맙다.


주전자 물 꿇듯이 부글부글 꿇기보다는

바나나 응가가 좋지 않을까?

내가 먹고 싶은 것

혼자 먹는 습관도 가져보자.











keyword
소시야 서새이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교사 프로필
구독자 153
작가의 이전글엉덩이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