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똥오줌) 그림동화를 보았다. 똥은 똥이고 오줌은 오줌이다. 똥은 냄새나고 더럽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구역질까지 한다. 똥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옛날부터 똥지게를 지는 사람을 천한 사람으로 대우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하면 아이들이다. 그것도 이제 막 똥과 전쟁을 치르고 승리한 아이들이다. 마치 전쟁의 승리한 장군들처럼 말이다. 배변훈련을 승리로 이끈 이들 만 1~2세 아이들 말이다. 그들에게는 똥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기저귀 떼고 예쁜 팬티를 입은 승리자이다. 똥 이야기 방귀 이야기가 너무 신난다. "우리 아빠 방귀 뀌었어요. 뽕뽕" "우리 엄마 화장실에서 응가 뿌지직 했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아이들 서로 보며 까르르 웃는다. 그 말에 너도나도 질세라 뽕뽕에서 뿡뿡으로 바뀌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많이 읽었던 (방귀쟁이 며느리) (방귀시합)(똥방패) (배가 아파요.) 동화다.
나는 보육교사로 일하고 퇴직한 사람이다. 가끔은 자타공인한 기저귀 갈이 달인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이 기저귀 갈이며 응가 냄새에 가장 민감한 사람이다. 응가(똥) 기저귀를 조금만 늦게 갈아도 엉덩이가 빨갛게 변한다. 아이가 얼마나 아플지 알기에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응가는 밥이며 내 아이 자녀를 기르는 터전이었다. 물론 보육교사가 응가만 갈아주는 사람은 아니다. 다른 일도 많다. 하지만 가장 초심으로 돌아가면 응가 갈아주고 따뜻한 밥 한 숟가락 먹여주고 치약 쭉 짜서 칫솔질하는 그 모든 것에서 출발된다. 즉 먹고 자고 갈아주는 삶 한 인간으로 가지는 기초적인 삶에서 출발하여 배우고 생각하고 자라는 것이다.
그림동화 (강아지 똥)은 이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강아지 똥에게 민들레의 싹을 틔우는 거름의 역할을 했다. 소똥은 쇠똥구리에게 먹이고 자녀를 키우는 터전이었다. (똥방패) 그림동화는 애벌레는 자신의 똥을 업고 다니는 벌레다. 깨끗하게 살고 싶지 않을까? 깨끗함보다는 생존이 먼저였다. 살고 싶어 자신의 똥, 친구의 똥을 업고 다닌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다.
똥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는 없다. 똥은 그냥 똥이다. 다만 너무 더럽다고 하지는 말자. 똥으로써 사명을 다하고 간 거이기에 말이다. 사람도 똑같다.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 삶이 어떤 때는 철딱서니 없는 일일지라도, 삶에 무게가 다를지라도,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사람으로 살았다면 살았기에 최고의 삶이라 부르고 싶다.
사람은 사람이고 똥은 똥이다. 더럽다고 웃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 주자. 그냥 사람이라서 좋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