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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Feb 16. 2023

동료 결혼식 축하하고 생긴 일

(원장님을 찾아라)

동료 결혼식 축하하고 생긴 일 (원장님을 찾아라.)     

동료 결혼식 토요일이다. 

교직원이 거의 다 참석하는 결혼식으로 모처럼 나들이 가는 기분이다. 

코로나 전에는 1년에 한두 번은 여행을 다녔는데 말이다.    

       

나는 주임교사 차에 탔고 몇 대의 차량으로 이동했다. 차량 탑승과 동시에 이야기꽃을 피웠다.  

    

신부는 6년을 함께 했으며, 얼마나 예쁠지 기대가 되고 맛난 음식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예식장에 도착하여 신부를 보는 순간 너무 예뻤다. 이사장님은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라고 하신다. 신부와 사진을 찍고 봐도 봐도 기분 좋은 사진이다. 

신부는 와 주셔서 든든하다고 감사의 인사했다.      


결혼 예식  축하  영상 속 얼굴은 찌그져 있고  “생일 축하해”라는 엉뚱한 맨트에 깔깔 웃는 재미도 주었다.      

주례 목사님의 말씀, 5가지 손가락은 그 사람의 장점이고, 손가락 사이는 4개의 단점이다. 깍지 끼고 잡았을 때 한 사람이라도 힘주면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부뿐만 아니라 사람의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단점을 감싸 안고 덮어주며 사는 것이 인생이요.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싶다.    

     

 결혼 예식이 끝나고 뷔페식당에서 음식을 보는 순간 침샘이 폭발했다. 내 뱃살은 잠시 잊기로 하고, 포항 바다 향기 맡으며 평소에 먹지 못한 회를 보는 순간 본능에 충실해졌다. 

 연어와 멍게가 나의 입맛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먹고 먹어도 나의 식탐은 멈추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다들 포식하는 순간이었다. 맛난 음식 배부르게 먹고 나니 그냥 집에 갈 수 없었다.      


그 래 서 

스페이스워크에 가기로 했다. 

우리는 신났다. 마냥 좋다. 

함께 만나기로 한 일행들이 오지 않아 전화 통화하고 스페이스워크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구두 신고 정장 차림을 한 교사와 함께 터덜 터덜 걸어 올라갔다. 다 올라갔을 때 우리를 마중 나온 원장님의 뒷모습을 보았다.      


“원장님 벌써 와 계시네.”원장님은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우리를 못 보고 계셨다. 동료교사는 휴대폰으로 원장님의 뒷모습을 찍으며 웃었다.  

    

미동 없이 휴대폰만 하고 계시는 원장님을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앞서가는 동료 교사가 원장님 근처에 가서 남자 목소리로 “아가씨 차 한 잔 하실까요?”라고 말했다.    

  

뒤돌아보는 원장님을 보는 순간 너무 놀라할 말이 없었다. 동료교사는 옆에 있는 동료 교사의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여 피난민처럼 달아가는 것이다. 그 모습 보며 나와 동료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원장님과 똑 닮은 뒷모습을 가진 분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우리는 모른 척 위기를 모면했다. 저렇게 원장님과 똑 닮을 수 있을까?      


지구상의 인구가 65억이라고 한다.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은 이 땅에 많아야 10명 내외일 것이다. 그것도 옷이랑, 신발과, 헤어스타일까지 다 비슷한 뒷모습을 한 그 사람이 우리가 가는 이곳에 와 있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원장님과 닮은 그분께 이 글을 빌어 웃음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동료 교사 7명이 함께 올라갔는데 모두 다 속은 것이다.   

      

 원장님을 뵙자마자 “원장님 뒤돌아 서 보세요.”라고 하자 원장님 “왜?”라고 하시며 서신다. 뒷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상황 설명했다. (원장님을 찾아라)라는 멘트와 사진 3장 단톡방에 올렸다.      


 원장님의 남편 되시는 이사장님께 보여드렸더니 역시 다 원장님이라고 하신다. 원장님의 뒷모습과 그분의 뒷모습은 똑같은 것으로 증명되었고 미션은 실패로 끝났다.            


 스페이스워크에 길게 서 있는 줄을 보고 원장님은 말리셨지만 올라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여 올라가게 되었다.      


 계단은 넓고 가기 편안했다. 점점 올라갈수록 계단은 작고 흔들림이 점점 속도가 붙였다. 바람이 불면 흔들림이 더없이 많아졌다. 

 공사 현장에 올라가는 그런 계단, 60도로 경사진 계단을 올라갈 때는 정말 옆에 있는 봉을 안고 올라갔다. 함께 올라간 동료 교사는 “선생님 저는 내려갈게요.”라고 하며 뒤돌아 내려간다. 

 주임 교사를 두고 갈 수 없어 함께 끝까지 가며 “도전”“도전”을 외치며 갔다.    

 

드디어 도착했다. 

산 정상에 올라온 기분이랄까? 

그곳에서의 기분은 상쾌함과 동시에 사진으로 증명되었다. 바람이 불고 머리카락은 휘날리고 또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더 느낄 수도 없었다. 뒤돌아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길은 오히려 쉽고 바로 내려올 수 있었다. 끝까지 완주했더니 다리가 아팠다. “아야”라고 외칠 때마다 “운동 부족”이라고 말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기분은 좋다. 

작은 뭔가를 한 자체가 좋고 뿌듯했다.   

원장님께서 “커피 한잔하고 가자”라고 하셔서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카페 2층에 앉아 일상에서 벗어나 따뜻한 커피와 시원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깔깔 웃고 웃었다.     


 차량으로 이동하여 바다를 보고 있을 때 갈매기들이 나를 보고도 놀라거나 달아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온다.      

 내가 뛰어가면 한두 마리가 포로로 날아갈 뿐이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일상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런데 그 일상이 반복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에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일상이 주는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 가끔 맛난 음식 먹고, 좋은 공기 마시며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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