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쓰 Jul 29. 2024

#17. 나만 잘하면 된다

2023년 11월 16일의 끄적임

드디어 복직을 했다. 둘째를 낳고 10개월만이다. 

복직 전에는 두아이를 두고 일하러 나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동한 분주했다.

하원 이모님을 구하고, 엄마에게 시어머니에게 아이 스케쥴을 공유한 후 육아를 부탁하고, 연습한답시고 두아이를 어린이집에 30분씩 일찍 등원시키고, 미뤄놨던 집안일도 최대한 해보았지만 분주한 마음이 쉽사리 잡히질 않았다. 


복직 전날, 두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쇼파에 털썩 앉아 우연히 튼 티비에서는 "나혼자산다"를 하고 있었다. 기안 84가 너무 힘들어서 마라톤을 포기할뻔 했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고 완주는 하는 내용이었다. 


순간적으로, 힘겹지만 끈덕지게 마라톤을 뛰고 있는 기안 84의 모습에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만 하는 끝없는 인생의 마라톤을 앞둔 내가 겹쳐보이며 눈물이 났다. 복직을 앞두고 분주한, 불안한, 버거운 그러면서도 설레는, 복잡 미묘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분주함이 무색하게, 막상 복직후 컴퓨터를 두드리니, 마치 어제 출근했던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이랬었지,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일을 했었지" 

잊고 있었던 직장인 세포들이 하나하나씩 눈을 뜬다.


두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것도 어느새 조금은 익숙해졌다.

아이들인지라 어린이집에 울면서 등원하는 날, 룰루랄라 신나게 등원하는 날, 놀이터에 들릴꺼라며 토끼마냥 뛰어가는 날, 가는길에 친구를 만나 엄마에게 눈길한번 안주고 들어가는 날 등 여러형태의 날이 있지만 아이들도 나도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아이들이 아플때 등 급작스러운 날들도 있지만, 하원 후 이모님과 엄마와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시스템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사실은 나도 알고있었다. 내가 분주하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버거워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해줄것이고, 아이들도 엄마도 서로서로 적응해나갈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걱정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린이집 등원 순위에 탑 5안에 꼭 드는 우리 아이들이 아직도 대견하면서도 애잔할때도 많다. 


월요일 출근길마다 키즈노트에 몇장에 사진과 함께 아이들과 주말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글을 업로드한다. 그냥 뭐랄까, 이런 행위에는, 주말 아이들 일상을 선생님에게 공유한다는 명목하에, 다른 아이들 등원 전 1등으로 등원한 우리 아이와 선생님 단둘이 있는 시간에 선생님이 한번이라도 따뜻한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며 대화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왜인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담겨져 있었다. 


선생님이 그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어느날 댓글을 달아주셨다. 

"어머니, 지원이가 아침 일찍 등원해서 걱정도 되시겠지만, 지원이는 아침에 등원하면 신나게 놀이해요, 그러니, 지원이 등원 후에는 마음편히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다! 

나나 잘하자!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힘내는 만큼 아이들도 힘을 낸다! 


이전 15화 #16. 이제야 진짜 회사원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