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 11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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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사업의 생애주기를 현재 내 인생에 다음과 같이 적용할 수 있다.


⁃ CASH COW: 철학 강사


현재 철학 강사로 약 7년을 강의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큰 수익을 창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우리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익처다. 경영학을 전공한 나로서 철학 강사의 역할은 초기에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초기 1년은 관련한 내용을 공부하느라 투자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을 가르치기에 새롭게 들어가는 투자는 없다. 다만, MZ 세대 특유의 입담을 지닌 철학 강사가 시장에 진입해 시나브로 내 강의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결국, 강의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얼마나 더 버틸지가 관건인데, 두 아이가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진출하려면 아직도 15년 이상이 남았다. 최대한 끌어 10년 정도는 철학 강사로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실세와 친하게 지내 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사실 철학 강사로서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더는 몰라서다. 술, 담배 및 유흥을 즐기지 않는 타입이라 학원 내에 아는 이도 별로 없다. 그래서 실세가 누군지도 모른다. 이직을 고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철학 강사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버티기로 했다. 정치 공학적으로 고민해 남은 10년을 어떻게 버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 QUESTION MARK: 남편


결혼한 지 7년이 지났다. 앞서 언급한 그 친구와는 결혼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2010년, 서점에서 헤어진 후 관계가 더욱더 소원해졌다. 그 친구는 문제가 없었다. 왠지 그녀와 함께 있으면 요즘 스타일을 따르지 않으려는 내 모습을 부정당하는 기분이라 만나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그 친구의 세월을 낭비하게 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와 헤어진 후 다음 남자와 바로 결혼했다. 나랑 연애는 7년이나 했는데, 6개월도 교제하지 않은 남자와 결혼했다. 그토록 부르짖던 그녀의 이상형과 전혀 가깝지 않은 남자다. 미안하다. 내가 시간을 끌어서 그녀의 선택권이 좁아진 듯 보였다. 하긴 그녀의 나이도 적지 않았으니... 다 내가 문제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그녀의 결혼식장에 몰래 가서 축의금 20만 원을 전달하고 왔다. 축의금 봉투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100만 원 정도 전달해 축복하고 싶었는데, 돈이 정말 없었다. 너무나 비참했다. 그것도 내 탓이다. 그래도 행복해라. 기도할게.



전 여자친구 이야기는 그만하고, 현재 옆에서 세상에 없는 고생을 함께 묵묵히 견뎌내는 아내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아내는 강의를 듣던 내 학생이었다. 169cm의 훤칠한 키, 올리비아 핫세의 볼록한 이마, 너무나 귀여운 아기자기한 입술, 3초 이상 바라보면 내 시커먼 속내가 드러날 것 같은 청정수처럼 깊고 맑은 눈동자, 소녀시대의 윤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깎아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계란형 얼굴, 그리고 내 이야기는 무엇이든 관심 있게 들어주는 작고 귀여운 다람쥐처럼 아담한 귀를 소유한 여인이 현재 내 아내이다. 글을 쓰면서 잠시 울컥했다. 사실은 평소에 이렇게 말해준 적이 없어서다. 이 책을 출간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비로소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연례행사로 먹는 한우처럼

너무나 아낀 것 같아.


과분한 너이기에

혹시라도 마음을 들키면

날개옷을 받아 하늘나라로 사라진

선녀처럼 나를 떠날까 봐


항상 무뚝뚝하게 대했어.


원래 내 글은 잘 읽지 않잖아.

재미없다고.


그래서 작은 용기 내어

마음을 몰래 보낸다.


내 사랑의 조도는

퀘이사[12]의 밝기를 뛰어넘는다.


내 사랑의 면적은

방패자리 UY 별[13]의 크기를 뛰어넘는다.


사랑해. 너무나도.

그래서 말하기가 두려운 거야.

이 모든 게 사라질까 봐.




뜬금없이 흐름과 관계없는, 아내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한 이유는 남편에 대한 현재 위치가 QUESTION MARK여서다. 볼 꼴 못 볼 꼴 서로 들키며 살아온 시간으로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지구 상의 단 한 사람임에도 날 떠날까 봐 항상 불안하다. 두 아이를 출산해 몸매가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눈부신 그녀의 모습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확인한다. 그런 기분 아는가? 구매하기에는 워낙 고가라 잠시 빌려 쓰는 기분? 원래 내 물건이 아닌 그런 느낌?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잠시 빌려서 쓰고 있는 그런 느낌? 언젠가는 주인한테 돌려줘야 할 것 같다. 아내는 이런 생각을 하는지 꿈에도 모른다. 절대 알아서도 안 된다. 그래서 항상 무뚝뚝하게 대한다. 기대도 안 했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는데, 아내를 만난 것은 인생의 로또를 맞았다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은 없다.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나처럼 볼품없는 남자를 왜 그녀가 선택했는지.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에서 아이가 생기면 선녀가 하늘나라로 가지 않을 거로 생각한 나무꾼의 헛된 믿음처럼, 우리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나의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건 완벽한 착각이었다. 그녀는 내게 유일한 엔젤 투자자(Angel Investor)[14]여서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예를 들자면, 지금도 그 상황만 떠올리면 울컥해 목이 메는데, 첫째는 앞으로 업고, 둘째는 뒤로 업은 상태에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다가 서서 잠든 아내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출근하는 길이었기에 서서 잠들다 쓰러져 아이 다치면 안 된다고 핀잔처럼 애먼 소리만 해댔지만, 밖으로 나와 지하철까지 걸어가면서 그렇게 울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의 숭고한 모습은 스스로 얼마나 못난 남편인지를 충분히 알게 해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내의 육아를 지켜보며 세상 모든 어머니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서먹했던 나와 어머니의 관계까지 좋아졌다. 누구도 내게 응원하지 않는다. 외톨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녀는 날 응원하는 단 한 사람이다. 그녀의 응원과 헌신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기에 나만 행복할지 모른다는 이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그녀도 정말 행복할까? 아마 남편의 역할은 시장 초기의 진입한 사업의 불안함을 이겨내야 하는 QUESTION MARK에서 벗어나기는 영원히 어려울 것 같다.



to be continued....



[12] “빅뱅 직후 6억 7000만 년 뒤에 관측된 이 퀘이사는 우리 은하보다 1000배나 밝으며, 태양 질량의 16억 배 이상에 달하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에 의해 구동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김병희, 『우주 최초 초거대 블랙홀과 퀘이사 발견』, The Science Times, 2021.01.13.,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우주-최초-초거대-블랙홀과-퀘이사-발견/


[13] “이제껏 알려진 별 중에서 가장 큰 별로, 태양 반지름의 1,708배에 달한다. 지름은 24억 km(16AU)이고, 부피는 태양의 50억 배다.”

(출처: 이광식, 『[아하! 우주] 우주에서 가장 큰 ‘별’(항성)은 얼마나 클까?』, 서울신문, 2015.01.17.,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117601002


[14]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창업 초기 벤처기업에 자금 지원과 경영 지도를 해주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자금이 시급한 벤처기업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돈을 내주기 때문에 `천사(Angel)`라는 이름이 붙었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