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려움이 만드는 심리적 증상에 휘둘렸고, 이 증상은 제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저는 20년 넘게 두려움과 증상들을 극복하고 없애려고 죽을힘을 다했어요. 이들은 저를 너무 괴롭혔으므로 당연한 행동이었죠. 하지만 저는 이들을 극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 노력들은 건강에 좋지 않게 작용했어요. 그리고 돌이켜보니 이들을 극복하려고 했던 제 삶에는 여유가 없었어요. 항상 전쟁을 하는 기분이었죠. 목숨을 건 전투를 하는데 여유가 있기는 참 힘들 거예요. 그리고 알게 되었어요. 극복하지 않고 이들과 공존하기를 선택할 때 저는 비로소 잃어버렸던 제 삶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요. 여유가 없으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릇된 길로 가기 쉬워요. 여유라는 윤활유는 꼭 필요해요. 우리는 ‘여유’를 통해 현실에 실시간으로 대처하는 힘을 키울 수 있거든요. 이 글은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여유를 되찾기 위한 방법들을 다루었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까지의 제 글은 완전히 틀렸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 아, 이렇게 두려움을 다룬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극복하기를 포기하고 공존하기를 택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더 이상은 ‘이걸 하면 증상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이제 우리는 ‘이걸 하면 내가 더 행복해지겠지.’라고 생각되는 일을 발견하고 선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행복이란 증상이 없어졌을 때의 행복이 아니라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내가 찾아낼 수 있는 무언가일 거예요. 두려움과 연결된 증상은 극복하려고 하면 할수록 내 삶은 증상의 굴레에 더욱더 매이게 되므로, 증상은 그저 우리가 찾은 스텝, 방법들에게 맡겨두는 거예요.
애벌레는 단단한 고치를 뚫고 나와 나비로 변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나비라는 꿈과 희망을 이루고 싶어 하죠. 하지만 저는 깰 수 없는 고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두려움이 그런 고치였어요. 보통은 의지와 노력으로 그 고치를 죽을힘을 다해 깨려고 노력하게 돼요. 하지만 결국은 그 고치를 깰 수 없고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면서 삶에 절망하게 되죠. 이러한 종류의 고치와 난관은 이렇게 일반적인 극복 방법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는 고치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고치라는 벽에 몸을 강하게 부딪치기만 하다가 오히려 스스로를 망가트리게 되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변화’라는 과정을 이룰 수 없게 돼요. 그러므로 이럴 때는 우선 그 고치조차 사실은 나란 존재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러면 이 받아들임에서 작은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고 이제는 고치를 깨고 밖으로 나가 나비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 고치와 함께 더 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돼요. 고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치와 더 잘 공존하는 방법을 찾게 될 때 비로소 고치 안에서 나란 존재는 여유와 함께 고치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되고 이로부터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돼요.
나비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고치를 깨고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물론 고치가 답답하고 힘겹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치와 공존하기를 선택함으로써, 그 안에서 자신이란 존재를 변화시킬 수 있어요. 이 변화는 고치를 완전히 깰 수는 없지만 고치에 작은 틈들을 뚫게 될 수는 있을 거예요. 이 틈들로 숨을 쉬며 그렇게 나란 존재는 고치와 함께 변화해 갈 수 있어요. 나비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변화해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으니까요..
이 글이 당신에게 시작의 틈으로 작용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시작으로 당신은 당신만의 틈을 찾아나가며 분명 증상과 더 잘 공존하며 자신의 삶을 지키는 길을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너무 하나의 방법에만 집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마치 어떤 비법 같은 것이 있어서 마법처럼 그것 하나만으로 효과가 있는 그런 것을 기대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여러 가지를 참고해 보고 시도해 보세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이 다를 것이고 어떤 분에게는 제 방법이 통하더라도 또 다른 어떤 분에게는 효과가 전혀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스스로도 찾아나가는 거예요.
또한 어떨 때는 자신이 찾은 틈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도 분명 있을 거예요. 현실이 너무 강력해서 그렇게 될 때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도움이 되었던 틈들은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보이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는 울면서도 부디 완전히 무너지지 말고 자신의 틈들을 믿고 기다리기를 바라요. 부디 자신의 틈들을 믿고 가녀린 숨이라도 좋으니 그 숨을 쉬며 기다려주세요. 그러면 분명 그 가녀린 숨을 통해 다시 틈들이 당신에게로 돌아와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때가 올 거예요. 그 가녀린 숨이 분명 언젠가 당신이 나아갈 길을 보여줄 거예요.
그럼 정말 마무리해야겠어요.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증상과 더 잘 공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신다면 우리 꼭 함께 공유했으면 해요. 그러면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앞으로도 계속 찾아나갈 테니까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부디 증상과 싸우지 않기를 바라요. 이 글이 여러분에게 작은 여유가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칠게요. 우리는 겁쟁이지만 틈들을 통해서 더 여유로운 겁쟁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