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두려움이 만드는 심리적 증상에 저항하지 않고 이와 더 잘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그리고 이것을 위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망치는 길을 선택하기로 했죠. 증상이 자신을 괴롭힐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기로 했어요. 도망칠 수 있다면 최대한 도망치기로 했어요. 증상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도망을 통해 지금의 자신을 지키기로 했어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구해서라도 지금의 자신에게 쉼과 여유를 주기로 했었죠.
이 쉼과 여유 속에서 우리는 증상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증상과 더 잘 공존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증상과 더 잘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발명하기로 한 거지요. 이렇게 공존의 길을 찾고, 찾은 방법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시간을 편의상 [로터리 시간]이라고 부를게요. 로터리는 순환의 의미를 가진 단어예요. 자신의 내면의 흐름을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만약 어느 정도의 로터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볼게요. 어느 정도가 얼마만큼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다만 스스로에게 충분히 공존하는 방법을 적용을 잘해왔고 뭔가 어느 정도 자신의 상태가 조금은 평온해졌다면 그때 잠깐 마치 산책 갔다 온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심리적 증상이 나타났던 그 불편한 상황에 잠시 갔다 오는 것도 괜찮아요.
그 상황에 다시 갔을 때 증상은 나타날 수도 있고 시간의 힘에 의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 증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했기 때문이에요. 증상이 나와도 이렇게 말해줄 수 있죠.
‘아, 역시 아직 이 상황이 되면 증상이 나오는구나. 그래. 잘해주고 있어. 아직 나를 위해 내 안의 그 존재가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고마워. 여전히 애써줘서.’
이렇게 자신에게 말해준 후 다시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로터리 시간을 가지면 돼요. 증상이 안 나오면 좋겠지만 나오더라도 이것 역시 당연한 거라고 말해주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이전 글들을 통해 자신의 증상을 이렇게 대하기로 했으니까요.
다시 로터리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상황에 잠시 산책 갔다 오세요. 이건 스스로를 시험해 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정말로 산책을 갔다 오는 거예요. 자신이 설정한 기존 영역에서 잠깐 벗어나보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좀 더 가볍게 그 상황 속으로 움직여 볼 수 있을 거예요.
step 10.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한번 산책하듯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던 그 상황에 다녀오세요.
산책하듯 갔다 오는 거예요. 비장한 마음이 아니고요. 다시 말하지만 그 상황에서 이전과 똑같은 증상이 다시 나오더라도 괜찮아요. 로터리 시간을 통해 그 증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으니까요. 증상이 나와도 당신은 안 변한 게 아니에요. 분명 변했어요. 그러니 증상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돌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