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나는 간호사님 남편이다.

우리 집은 의학용어 사전이 필요하다... 아니 병원어 사전이..

by 송필경

우리 집에는 자연스레 ‘병원어 사전’이 생겼다.


처음 ‘ER’이 뭐냐고 물었을 때,
“응급실이야. 위급한 환자들이 오는 곳.”
그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오늘 ER에 환자 많았대” 같은 말도

우리 집 일상 대화가 됐다.


‘풀드랍’도 자주 듣는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라 물었더니,
“음료 다 쏟아버리는 거야.”
아내만의 ‘병원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컨펌’이라는 말도 자주 나온다.
“컨펌했어?”
병원에서는 뭔가 확인하고 승인받는 걸 뜻한다.


베드레스트, 코마, 바이탈 사인…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라 헤맸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아내는 환자 상태를 메모할 때
자기만의 기호를 쓴다.

예를 들어 김밥 재료 중 햄을 사야 하면,

‘햄(-)’, 샀으면 ‘햄(+)’ 이렇게.
처음엔 암호 같았는데, 지금은 척척 해독한다.


어떠한 뚜껑을 열 때마다
아내는 꼭 뚜껑을 뒤집어 놓는다.
“왜?” 물었더니,
“바닥에 닿으면 더러우니까.”
사소한 습관이지만
그 안에 책임감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다 답답하면
계단을 뛰어 올라가기도 한다.

성격이 급한 탓이기도 하지만,
긴장감 때문이라는 걸 안다.


남자들의 팔 보면
“주사 놔주고 싶다”라는 말도 한다.
핏줄이 잘 보이고, 주사 놓기 딱 좋은 팔이라고.


아파도 병원에 꼭 출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쉬면 누군가 대신해야 하잖아.”

그 대타 역시 힘든 상황 속에서
부담을 짊어져야 하니까.


매일 긴박한 상황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아내를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일이 내게는 큰 자부심이고,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 바쁜 하루 끝에 피곤한 얼굴로도
살짝 미소 짓는 아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서로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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