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명절은 병원에 있다
명절이 다가오면
나는 가장 먼저 아내의 근무표를 확인한다.
어김없이 하루, 이틀쯤은 근무가 잡혀 있고
우리 가족은 아직까지
명절을 온전히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
아내는 네 자매 중 막내딸이다.
언니들은 모두 타지에 살고 있고,
이번 명절에도 아내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병원으로 향했다.
근무라는 현실이
자매들의 따뜻한 재회를 매번 가로막는다.
묵묵히 출근하는 아내의 뒷모습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듯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무게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단단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 한켠이 아릿하게 저며온다.
퇴근 후 지친 숨을 몰아쉬며
아내가 들려준 병원 이야기.
“환자 한 분이 없어져서
병원이 한바탕 뒤집어졌어.”
온 병동이 마음을 졸이며
병원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고 했다.
가슴이 쿵쾅거려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다행히도,
환자는 주차장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방송을 듣지 못했을 뿐이었다.
안도와 원망이 뒤섞인 마음으로
아내는 말했다고 한다.
“외출하실 땐 꼭 말씀하셔야 해요.”
아내가 일하는 암병동
담배 냄새에 특히 민감한 병동.
하지만 여전히 담배를 끊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그럴 때면 아내는
딸처럼, 때론 선생님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고 한다.
“제발, 가족을 위해서라도
아니, 본인을 위해서라도
담배는 꼭 끊어주세요.”
아내의 하루는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무게로 가득하다.
그 무게를 가볍게 내려놓지 못한 채
오늘도 책임감으로 견뎌낸다.
그녀의 삶이
그 자리에 꿋꿋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나는 말로 다 하지 못할 마음을 품게 된다.
눈앞의 명절을 함께하지 못해도
아내는 늘 누군가의
가족을 위해 명절을 보낸다.
그런 그녀의 명절은,
병원 안에서
작고도 큰 사랑으로 살아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