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나는 간호사님 남편이다.

긴장에 익숙해진 아내, 그래도 오늘은 웃는다

by 송필경

가끔 집 안이 조용할 때,
아내는 ‘쿵’ 하는 소리에 고개를 딱 돌린다.

며칠 전엔 싱크대 위 쟁반이 살짝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아내는 그 소리에 순간 눈빛이 굳으며
“뭐 떨어졌어?” 하고

몸부터 반응했다.


“그 소리, 병원에서 환자가 침대에서

‘툭’ 떨어질 때 나는 소리랑 비슷해서...”
아내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서야

나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내가 매일 얼마나

긴장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가끔 전자기기 소리가 잠깐 끊기면

나는 “아, 연결이 잠깐 끊겼네” 하며 넘기는데,
아내는 그 소리에 놀라며,
“어? 뭐야?” 하면서 눈을 반짝이며 경계한다.


파에 누워 있을 때도,

익숙한 안내방송 소리가 나오면

아내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리며
“뭐야, 또?” 하는 표정이다.


“야, 그냥 방송이야. 집이잖아.”

내가 웃으며 말해준다.

그러면 아내는 살짝 미소를 띤다.


가끔은 내가 장난을 치기도 한다.
“또 코드블루 온 거야?”
그러자 아내가 갑자기 버럭 하며 말한다.

“그 말 입에 담지도 마!
‘코드블루’가 뭔지 알아,

환자한테

응급상황이 온 거란 뜻이란 말이야?
그런 말은 농담도 하지 마!”


나도 웃으며 얼른

“알았어, 알았어” 하고 물러난다.


아내가 평생 몸에 밴

긴장과 예민함은
병원이라는 긴박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 무게를 집까지 고스란히 안고

와야 했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는 이 집에서 조금씩
아내가 자신만의 평화를 찾아간다는 점이다.


조용한 저녁,

아내가 무심히 웃는 그 순간들,
작은 안도와 평온이 스며드는 시간들.


그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마음 한켠이 저릿하다.

긴장과 걱정으로 하루를 버텨온 아내가
이곳에선 조금씩 마음을

놓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혜주 엄마, 오늘도 정말 수고했어.
집에서는 조금만 더 편안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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