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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살짝 쿵?!(시선)

시선

by 필경 송현준

상황은 마음과 눈을 바꾼다


소아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게 그곳은 그저 평범한 건물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의 삶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그저 지나치는 풍경 속 일부. 병원이라면 으레 성인 병동이나 응급실 정도만을 떠올리던 시절이었다. 내 발로 그곳을 찾을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와는 관계없는 타인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소아과는 나의 일상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고, 어쩌면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공간이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 때문이다. 작은 몸에 열이 나고,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릴 때마다 나는 이 작은 생명체의 모든 불안과 고통을 대신 짊어진 채 이곳을 찾는다. 소아과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아이들의 울음소리마저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아픈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의 얼굴에는 시름과 걱정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찌릿하다. '얼마나 아플까.' 아이의 작은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 온다. 그 아이들 너머의 부모 마음도 함께 보여 아프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예전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결혼 전, 아이가 없을 때 나는 소아과나 마트에서 우는 아이들을 보면 '왜 저렇게까지 우나?' 혹은 '부모가 아이를 왜 제대로 돌보지 못하나?' 하는 못마땅한 생각이나 짜증이 먼저 올라왔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그저 불쾌한 소음이었고, 그에 대한 이해보다는 피로감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의 울음소리 너머에 숨겨진 그 작은 몸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먼저 보인다. 아픔과 불편함을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해 온몸으로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서 자신의 고통은 잠시 접어두고 오직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버티고 있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읽힌다. 그들의 불안과 지쳐가는 모습, 하지만 아이 앞에서 굳건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까지도.


사람의 시선이란 참 쉽게, 그리고 때로는 아주 깊게 달라지는 것이구나. 한 생명을 품고 세상의 모든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는 부모의 역할. 그것은 나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나와 연결되지 않은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까지 나의 마음이 가닿는다. 소아과 대기실에 앉은 나는, 나의 변화된 시선 속에서 인생의 또 다른 페이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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