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질보다 필요한거
손가락질보다 필요한 것: 멈춤 속 따뜻한 엔진
한 줄기 바람조차 감싸 안지 못하는 텅 빈 길 위에, 내 차는 기름이 다한 속도로 멈춰 서 있었다. 엔진의 미세한 떨림이 멎고, 고요함만이 차창 너머로 밀려들었다. 가슴속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목적지는 아직 한참 멀었는데, 현실은 잔인하게도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귓가에는 “휴게소에서 넣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스러운 목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다. 지나친 후회가 머리를 무겁게 짓눌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나를 덮쳤다. 이 뒤늦은 자기 원망은 지금 이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부러진 깃발처럼 힘없이 흔들렸다. “그 전에 넣었어야지. 왜 진작 대비하지 않았어?” 뒤늦은 지적과 비난은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며 상처를 덧낼 뿐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돌멩이처럼 툭 하고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뭐라도 해봐야지.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잖아?” 비록 재촉하는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해결책 없는 막연한 기대만 담겨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 모든 목소리들의 무게가 아무리 무겁든 가볍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니었다. 한 방울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는 연료, 그 무엇보다 절실한 실질적인 도움이 간절했다.
이 지긋지긋한 고속도로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딘가에 분명 주유소가 있을 거라는 마지막 희망을 붙들고 가까스로 램프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텅 빈 시야에는 여전히 주유소의 간판조차 보이지 않았다. 불안은 초조함으로 바뀌었고, 심장은 발소리를 내는 듯 쿵쾅거렸다. 차의 엔진은 이제는 정말 마지막임을 알리듯 숨을 몰아쉬는 것 같았다. '이젠 정말 더는 안 될 것 같아…' 절망이 목까지 차오르려는 바로 그 순간, 저 멀리 희미하게 깜빡이는 불빛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하는 익숙한 불빛. 그것은 주유소 간판이었다. 그 순간, 그 흔하디흔한 간판은 마치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막의 여행자에게나 보일 법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망찬 상징처럼 보였다. 평소 같으면, 나는 가장 먼저 주유소 앞의 커다란 전광판에 쓰인 기름 가격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L당 얼마, 고작 몇 십 원의 차이에도 아까워하며 고민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달랐다. 내 눈에는 그 어떤 가격표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한 방울의 기름이 절실했다.
한 계절쯤 멈춰 서 있는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뜻하지 않은 좌절 앞에서 우리는 때로 모든 것을 멈춰 세워야 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그 멈춤을 '끝'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하거나, 혹은 '노력이 부족하다'며 비난을 쏟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동하지 않는 동안에도 엔진 속에는 여전히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멈춤이 아니라, 다시 달리기 전의 숨 고르기임을. 더 멀리, 더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충전의 시간임을. 길은 아직 내 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고, 나는 아직 그 길 위에 단단히 서 있다. 주저앉아 손가락질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도, 무의미한 조급함에 휩쓸릴 이유도 없다. 나는 그저 내 안의 따뜻한 엔진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때까지, 이 고요한 멈춤 속에서 다음 달릴 한 방울의 기름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