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무 May 18. 2022

그렇게 당신을 닮아가


가끔 그런 날 있잖아

술에 쩌든 당신이 그 새벽에

의식도 없는 채 골목골목 들려서

과자니 빵이니 공통분모도 없는

온갖 주전부리를 한 움큼 안겨주는 날

실은 거기에 정신이 홀딱 팔려서

단 한 번도 네 몫의 생각을 품은 적이 없었어

저만 좋아라 하는 단팥빵만 몇 만 원 치를

사 왔다며 툴툴거리기 바빴다 나는



그런 날이 있더라 나도

드디어 당신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

이리저리 치여서 조막만 해지는

그 기분을 너도 빠짐없이 느꼈을까 해



그런데 있지 아빠

아무리 값비싼 것들을 쥐고 와도

나는 이걸 먹어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나는 자꾸만 홀로 새벽을 좀먹어

그냥, 그냥, 그냥

작가의 이전글 사랑은 꼭 복숭아 같다는 생각을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