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 있잖아
술에 쩌든 당신이 그 새벽에
의식도 없는 채 골목골목 들려서
과자니 빵이니 공통분모도 없는
온갖 주전부리를 한 움큼 안겨주는 날
실은 거기에 정신이 홀딱 팔려서
단 한 번도 네 몫의 생각을 품은 적이 없었어
저만 좋아라 하는 단팥빵만 몇 만 원 치를
사 왔다며 툴툴거리기 바빴다 나는
이젠 그런 날이 있더라 나도
드디어 당신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
이리저리 치여서 조막만 해지는
그 기분을 너도 빠짐없이 느꼈을까 해
그런데 있지 아빠
아무리 값비싼 것들을 쥐고 와도
나는 이걸 먹어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나는 자꾸만 홀로 새벽을 좀먹어
그냥, 그냥,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