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夜勤) 별곡

실수는 인생이래요

by 늘여름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 일도 가득한 여름 한가운데 서있습니다. 영업일이 19일이었던 6월과 달리 7월은 23일로 하루빨리 주 4일제 도입이 시급합니다. 소속 부서 같은 파트 청유(淸流)님과 함께 맡은 일에 부딪히면서 월간 야근 중입니다. (미션명: 퇴직자에게 인수받은 업무를 완수하고 신입사원에게 무사히 인계하라)


막내 사원만 해봤지 사수는 처음이라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집어삼켰습니다. 7월 초 인수인계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늘어난 업무량에 치여 회사원 자아에 삶을 점령당한 것만 같았습니다. 지하철에서 글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자격증 공부에, 안부연락까지 나누며 남은 자아도 살뜰히 챙겨봅니다.


플레이리스트에는 <눈물 참기>, <These Tears> 같은 노랫말들이 반복재생되어 왔습니다. 곳곳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에 대한 모른 척 스킬도 레벨업 중입니다. 떨쳐내지 못한 감기와 더불어 지독한 울음 참기 챌린지의 연속이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마주 앉은 일행을 배려한 메뉴판이 유독 눈에 오래 남고요. 당연한 줄 알았던 지하철 신호기가 오작동하여 출근·외근길이 길어지는 하루 끝에 평온은 세밀하게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하리 일하리 랏다 회사에 살어리 랏다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작자미상의 고려가요, 청산별곡 제1연 차용]

7월 초 그토록 기다리던 경력직 신규 입사자 뉴비님이 오셨습니다. 두세 달 정도 협업하면서 적응이 되었다 싶을 때 업무의 주도권을 드리기로 한 터라, 한 달 영업흐름에 맞게 일을 알려드릴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만의 3가지 업무 이관 법칙을 정했습니다.

수단만큼 목적을 중요시: 어떻게 하는지 방식뿐만 아니라 왜 이렇게 하는지 이유와 의도를 공유합니다.

제1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기존 매뉴얼에 없는 내용은 추가로 작성해서 별도로 드리곤 합니다.


시작과 끝은 함께: 10가지 테마를 단절된 형식으로 기한이 다가올 때마다 일을 쳐내고 넘기는 게 아니라, 월초 업무를 해보면서 월말에는 어떤 결론으로 마무리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합니다.

1일로부터 시작된 일이 30일/31일에 이르러 마감되는 결과를 우선적으로 인지하면서 예측가능성이 주어지면 대응이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우선순위와 기한은 확실하게: 실수는 언제든 누구나 할 수 있어서 착오로 발생한 오류의 영향력을 미리 명시합니다. 제가 틀리고 수습하는 순간을 보면서 실습까지 되니 뉴비님은 잘하실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처음 인계받을 당시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을, 일을 직접 해보고 선임님과 지점에 하나씩 여쭤보면서 이유를 찾아 정리한 후에야 본격적인 인수를 진행 중입니다.


그 과정 덕분에 호기심이 해소되면서 시야가 트이고 있습니다. 옆자리 뉴비님은 눈과 손이 빠른 분이어서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게 있습니다. 물론 영업시간(9 to 6)에 진행하면서 본연의 업무는 그 전후로 밀릴 수밖에 없어서 달이 밝은 후에야 청유님과 퇴근하곤 합니다.

내부 임직원부터 거래처∙대고객까지 오가는 연락은 전화선을 꼬아 놓았습니다. 모르는 건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물어보고 틀린 건 속 터놓고 인정하고 바로 잡을 방법을 찾은 결과입니다.


우러라 우러라 이여 시름 한 나도 우니노라

[제2연 차용]

인계받은 방식대로 업무에 임하다가 전과 같은 실수를 맞닥뜨렸습니다. 돌려놓으려면 일부 이월시켜야 하는 일입니다. 머릿속에 차오르는 물음표를 지워가며 했던 일에 자책하다 보니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화장실에서, 또 비상구 계단에서 지나간 전임자를, 무엇보다 부족한 후임인 자신을 미워하는 감정을 터뜨린 듯합니다.


일을 정확하게 끝맺음 짓지 않으면 사고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이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마음속에 퍼졌습니다. 형편없는 장면이야말로 우리는 스스로를 믿어주어야 할 순간입니다. 결국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불씨가 번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임과 동료들이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그토록 짙게 드리웠던 먹구름은 그렇게 빠르게 걷히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이는 일을 다음 단계로 넘겨주었고, 또 다른 이는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나누어 주었으며, 누군가는 간식 또는 식사로 건네는 따스한 위로가 구석에 처박혀 앉아 울던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전 직장에 다닐 때 가끔 이벤트처럼 퇴근길 지하철에서 눌러 담았던 눈물 주머니가 터지곤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일찍 터져서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감정표현이 풍부하다고 이따금 운다고 제가, 또 우는 이들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강단이란 오랫동안 지켜봐야 알 수 있으며, 중요한 점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도 어떻게든 대처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해질녘 야근 전경입니다. 무지개를 보려거든 먼저 내리는 비를 견디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해낼 수 있습니다.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밤마라 또 엇디 호리라 그속에 나를 찾으리 랏다

[제4연 차용]

여담으로 한 달 전부터 본업에서 생긴 뜻밖의 오퍼 겸 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저에게 개발은 지겹도록 유사한 오류를 찾아내고 이유를 알았다면 해결 방식을 만드는 과정이고요, 1주 중에 4일은 죽 쑤고 겨우 1일 퍼포먼스를 내도 축배를 들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꽤나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사NoB2의 적성을 타고나버렸습니다. 형상관리 중인 깃허브 레포지토리로 세부내용에 대한 외부공개는 막아두었지만 개인정보와 영업상 민감한 사항을 제외하고 일부 게시되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놀러와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copyTextReader.git


1부. 나는 진짜로 왜 화가 났을까: 분노를 부르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정서적, 신체적 고통이다. 고통이 실제가 아니기 때문에 두려워할 것도 통제력을 행사해야 할 것도 없다.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다. 우리는 이미 안전하다.

2부. 어쩔 수 없는 분노란 없다: 감정이 건강하려면 반드시 현실에 몰두해야 한다. 자기 속에 갇혀 그 너머를 못 볼 때는 모든 관련성이 자기중심적 연관 관계로 대체된다.

3부: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감정 해소하기: 고통은 우리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다. 고통은 성장에 필요한 촉매 기능을 하며 성장은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다.

- 데이비드 J. 리버만 작가님, 『 내 감정에 잡아 먹히지 않는 법』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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