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구성하는 조각들을 모으며 살고 있다고
작가∙독자∙출판사 관계자들까지 서울 한복판 책 축제, 국제도서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년에 단 1번만 할 수 있는 대학 동기들과 모여 주말에 (1일 1식을 하게 만드는) 근사한 점심 식사를 하고 함께 갈 여름 여행 계획을 짜다가 입장하는 도서전시회 루틴을 보냈습니다.
⚠ 2024년의 에피소드는 <회사에서 자아실현> 26화. '서울 책방에서 사람 구경'에 담겨 있답니다.
구름 인파가 몰렸던 작년과 달리 안전을 위해 현장 입장권을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미취학 아동에 한하여 무료로 배부하고 그 외에는 사전 예매 티켓으로만 판매하여, 홀을 오가며 각종 부스를 기웃거리며 종이를 넘겨보고 시간을 쓰고 싶은 책을 골라 집을 수 있었습니다.
(무제 출판사 박정민 대표님(작가이자 배우이기도 합니다)도 마주쳤지만 아쉽게도 <첫 여름, 완주>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물론 오디오로 들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 참 좋습니다.)
졸업하고 주말 외에는 도서관과 멀어진 삶에 들여온 밀리의 서재, Yes24, 교보문고, 알라딘과 같이 전자책 플랫폼의 기간한정 무료 구독 서비스 이용 유도와 굿즈 증정 이벤트가 반가우면서도, 그리웠던 사각사각 넘어가는 책장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습니다.
A, B 메인홀 진입로에 한솔제지, 무림페이퍼에서 종이의 가치와 제조∙순환 공정을 알리기 위해 보고 쓰고 듣고 만지는 감각적인 체험 부스와 전시관을 구성한 점도 이색적이더군요. 도서관 사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리하던 서가에서 우연히 만난 책을 꺼내 들고 라벨지 붙이고, 생각을 잡아둔 메모가 빽빽한 포스트잇 붙여가며 읽고 독서노트에 옮겨 붙이던 학창 시절도 스쳐갑니다.
작년 책의 제전 슬로건은 후이늠(Houyhnhnm, 걸리버 여행기 유토피아)였는데, 믿을 구석(The Last Resort)을 주제로 올해의 막을 올렸습니다. 어느 관람객이 입은 '아, 운명을 믿으면 삶이 근사해진다'는 레터링 티셔츠는 도서전 드레스코드와 딱 맞아떨어집니다.
저의 믿을 구석은 아름답지만 실체 없는 불완전한 연산과 같습니다. 어떤 신뢰는 사람에게서 오고요, 또 다른 믿음은 책이나 아티클 속 활자로부터 옵니다. 글로는 부족해서 숫자를 찾기도 하며, 몇 초 남짓 지나가는 영상 한 컷이 때로는 생각에 힘을 보태곤 합니다.
어느 날은 마음을 기댈 곳조차 없어 방황을 멈춘 채 울음을 꾹 눌러 담으며 스스로에게 판단을 맡겨버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곧 잘 해낼 거야, 너니까'라는 주문과 함께 말이죠. 거짓 사이에서도 진실을 가려내는 여러분의 믿을 구석은 어디에 있나요, 그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요?
8월 한여름 제주 여행 전까지 이대로 가면 본업과 개발, 운동 외에 다른 콘텐츠가 삶에서 배제될 듯하여 독서 소모임, 문학 방구석 향유회(a.k.a 문방구)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생성형 AI로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검색하기에 이른 인공지능 프로덕트로 읽고 쓰는 시대 속 문해력을 나눈 책이 무척 마음에 와닿아 특별할 것 없이 일단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책은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방대한 데이터를 그럴듯하더라도 '정말 그게 맞을까'하며 의문을 던지는 습관에 손을 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비슷한 사고의 흐름이 모이는 곳을 선호하면서도 책의 제전과 같은 광장으로 나서 봅니다.
저의 삐딱한 시선 속에 인공지능은 인간을 망치러 온 인간의 구원자, 독이 담긴 해독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덕분에 에러난 코드 디버깅할 때 도움도 받고, 프로그래밍 레퍼런스 출처도 찾을 수 있지만 프로젝트의 아키텍처, 기능과 권한, 의도는 깃허브나 티스토리를 기웃거리며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자신을 안다'에는 과거 통계치를 통해 미래에도 비슷한 성향을 증폭시키는 행위를 예측한다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외면적인 현상 아래에 있는 의도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 김성우 작가님,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
오늘의 방문이 오랜 휴식이 끝난 후로 보이시겠지만 현생에서는 연속된 야근으로 잠시 브런치로 도망 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합니다. 믿을 구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숨 쉴 구석인 글로 도망쳐 와서 서랍 안에서 발행을 기다리는 초안만 잔뜩 쌓여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헬스장으로 도망가는 날이 더 많지만요.)
이직한 지 4개월 남짓 되었지만 퇴사하는 한 직원의 일을 신입사원 청유님(구 인턴님, 본명은 아닙니다)과 함께 나누어 인수인계를 받고 새로운 후임에게 주기 전까지 각개전투를 펼치는 중입니다. 회사에서 살면서 집을 놀러 가는 수준인 일상이라도 게임 퀘스트 깨듯이 할 줄 아는 게 하나씩 늘어나는 걸 좋아하면서 그저 버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