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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카혼타스 Oct 22. 2023

나이키는 운동화 아닌 '주식'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 보도 섀퍼

2020년, 나는 생애 첫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TV만 틀면 뉴스건 예능이건 온통 주식 얘기뿐이었다. 성공사례를 들어가며 투자 방법을 가르쳐주는 주식 전문가들이 여기저기에 넘쳐났다. 주변에서도 누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서점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주 가는 서점 평대에 경제 관련 책이 진열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투자/재테크 분야 책이 점점 늘어나는가 싶더니 언제부턴가 주식 관련 책이 신간 평대를 점령해 버렸다. 넘쳐나는 책 중에는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를 주식투자의 길로 이끌어준 좋은 책도 있었고, 이 책 저 책을 짜깁기한 것 같이 성의 없는 책도 더러 있었다. 

그 전의 주식투자 열풍과는 달리 2020년도는 MZ세대(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중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라고 불리는 젊은 층이 중심이었다. 그해에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한 300만 명 중 53.5%가 30대 이하라는 한국예탁결제원의 발표도 있었다. 미성년자의 주식계좌도 급증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Z세대 언저리에 있는 두 아이도 그즈음 신규 개설했다. 

아이들 주식계좌 개설을 결심했을 때 이미 주식 공부부터 투자까지 아이들과 함께 직접 해볼 생각이었다. 평소 용돈 모으는 용도로 쓰던 은행 입출금 계좌와 새로 개설한 증권사 주식계좌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기업에 대해 함께 이야기도 나누었다. 애플, 디즈니, 코카콜라, 로블록스, 삼성, 나이키 등등. 세뱃돈을 받거나 남는 용돈이 생기면 원하는 회사의 주식을 한주 한 주 사서 모아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흐뭇했다. 

초보 투자자인 내가 아이들에게 주식 관련 경제 공부를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문가 강연 방식의 TV 프로그램에 주식 전문가가 나오면 함께 보기도 하고, 책 내용 중에 쉽게 설명된 부분이 있으면 읽어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찾던 중 어린이를 위한 경제 동화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발견했다. 큰아이가 마침 열두 살이어서 흥미를 가지고 읽겠구나 싶기도 했고, 같은 내용의 만화책도 있어서 작은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주인공 소녀 키라는 주인 없는 하얀 개 ‘머니’를 만나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쳐 가는 이야기여서 초등 고학년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책이었다. 총 3권인 동명의 만화책은 학습만화를 읽는 초등 저학년 정도라면 모든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경제교육의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말하는 개 ‘머니’의 진짜 주인인 골트슈테른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마음먹은 일은 72시간 안에 행동해야 한다는 72시간의 법칙,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 성공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 등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것들을 콕 집어서 얘기해 준다. 은행에서 만난 하이넨 아주머니는 키라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돈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트룸프 할머니는 키라와 친구들과 함께 투자클럽을 결성해서 좋은 펀드 찾는 방법을 쉽게 설명해 준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게 끝이 아니라 그 많은 돈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나 자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어린이 동화지만 경제 초보인 어른이 읽기에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시장을 예측하려 애쓰지 말고 내 선택을 믿고 느긋하게 시간에 투자하자!’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세운 나만의 투자 철학이었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고 말했던 한 전문가는 시간에 투자하는 장기투자만이 확실한 성공 방법이라고 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투자를 시작하라고도 했다. 십 대 초반의 나이에 첫 투자를 한 두 아이는 나에 비해 30년의 시간을 더 벌은 셈이다. 이 책으로 주식 공부를 시작한 두 아이는 엄마 아빠의 수익률을 걱정하며 종목 변경을 추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올해 열두 살인 막내는 지금 나이키를 살까 말까 열심히 고민하는 중이다. 운동화 말고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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