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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건

by 정지원

어떠한 사랑을 하고 싶냐고 내게 만약 물어본다면,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과 그저 같이 있고 싶다. 여전히 미성숙한 자신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는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런 감정을 스스로 느껴본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 먼저 살아야 그러한 여유도 점차 생기지 않을까? 서툰 외로움이 가득 쌓인 마음에 섣불리 누구를 먼저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있어 누구보다 신중했고 몇 번의 잘못으로 무너질 모래성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었던 관계는 다 허물어버린지 어느덧 햇수로 3여 년쯤 된 것 같다. 쉬운 건 아무것도 없고 마찬가지로 당연한 것도 없었다. 꾸준히 그렇게 생각하며 그저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지금 나의 모토이다. 일단 하자, 일단 하고 보자.

누구에게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것들이라도 우선 하자, 내가 무능력하다고 느껴진다면 차라리 남들이 하지 않을 일을 내가 하자고 말이다. 어차피 세상은 살아야 하고 모든 것을 탓으로 돌려봤자 시간은 야속하게 지나갈 뿐인데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낭만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직 나에게는 오지 않았는데, 이상 하나를 좇아 살아가기엔 하루가 너무 잔인하고 무기력할 뿐인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고자 했던 열정이 점차 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다. 쓰고 싶었던 글들과 수면 위로 올라서는 글들과 생겨난 괴리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건지 잠들지 못한 이틀 날의 새벽이 나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귓속에 때려 넣어도 그때뿐인걸 나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진 않았다.

아침은 올까, 같은 문장을 반복하며 읽고 쓰고 되뇌어도 해내지 못한 보통 사람의 외침으로 끝이 난 걸까 분명 방향성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홀로 서고 외로워지면 그에 마땅한 결과물이 내 손에 들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자기만족의 불과했다. 그렇게 생각한다. 알리지 못한 것들은 썩어 문들어져갈 뿐이다. 그만큼 차갑고 냉정하다.

생각의 꼬리를 물어 풀어나가는 듯, 독백하듯 써 내려가는 나의 글은 알리고자 하는 분명한 바가 없다. 그저 가슴에 얽힌 감정만이 글 속에 담겨있다. 내가 나의 독자라도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뿐이다. 그저 힘듦을 표현하고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을 꺼리는 한 사람이 쓰는 글일 뿐이다. 아니 글조차 아닌 무언가인 셈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힘이 닿는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거 하나뿐이니까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 열심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라는 또 다른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그저 내가 나인 것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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