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의 주황빛 섞인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더욱 지나가면 연보랏빛으로 물들고는 서서히 저녁을 맞이하는 그 풋풋한 감성이 담긴 하늘을 좋아한다.
겨울의 바닷바람은 온몸을 오들오들 떨게 만들었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내 곁에 누가 있다고 한들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추웠다. 그럼에도 바다를 보러 간 것은 가고 싶어 했던 내 욕심이 나의 귀찮음을 이겼기 때문이다.
수평선 끝자락과 맞닿을 듯한 바다와 함께 서서히 물들어 사라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리듯 말했다.
" 진짜 예쁘다 "
나를 곁눈질로 보며 몸을 돌려 천천히 보폭을 넓히던 네가,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씽긋 웃음 짓던 너의 모습을 봤을 때였다.
" 지금 뭐라고 말했어? "
" 바다, 잘 보러 왔다고 "
"넌 그거 모르지?, 나랑 가끔씩 이렇게 바다 보러 올 때면 이쁘다는 표현을 자주 쓰더라 "
할 말이 있는 듯 의아한 표정 짓던 나를 의식하였는지 그녀는 등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 그럴 땐 내 이름이 바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