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은 1996년 극장판 영화로 만들어진 후 무려 30년간 흥행했던 이 시대 최고의 영화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환갑이 넘은 배우 톰 크루즈가 분한 주인공 에단 헌트는 여전히 놀라운 체력과 순발력, 거침없는 질주와 용기로 또 한 번 전 세계 인류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속 에단은 늘 그랬듯 이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궁리했고 실행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동네 놀이터 철봉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이동하며 악당을 응징했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심해로 혼자 내려가 기어이 소스코드를 가져온다. 분명 임파서블 한 미션인데 그에게만 가면 '미션 컴플리트'가 되었기에 그에겐 계속해서 대단히 곤란한(impossible) 임무들이 주어졌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도 뒤따랐다.
영화 내내 바다에서 육지에서 하늘에서 고군분투하는 에단을 보며, 모든 사람들이 에단처럼 임파서블해 보이는 미션을 부여받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무기, 최고급 첨단 스파이 장비와 화려하고 강한 싸움실력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오늘도 미션 수행 중인 채로 말이다.
'아이를 출산하라'는 미션이 주어진 여성은 10개월 동안 아기를 뱃속에 품고 있다가 최상위 고통 중 하나라는 해산의 고통을 기꺼이 겪는다. 그 10개월 동안 여성의 몸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고 수준의 면역력과 방어력을 발휘하고 탯줄을 만들어 아이에게 영양소를 전달, 배 밖으로 나가도 생활할 만큼까지 키워내고야 만다. 아이를 뱃속에 둔 여성의 모성애만큼 강하고 완벽한 무기는 없다.
'아이를 키워내라'는 미션이 주어진 엄마와 아빠는 밤잠을 설쳐가며 4시간에 한 번씩 아이를 먹이고, 똥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준다. 온갖 투정 부림을 받아내고 질풍노도의 변덕스러움을 버텨내며 급기야 독립과 시집 장가라는 거대한 미션 수행을 위해 자금과 시간을 희생한다. 이 과정 역시 인류를 구하는 에단의 여정만큼이나 어렵고 중요한, 심각하게 임파서블 한 미션이라 할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집안의 가장은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자신이 이제껏 배웠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죽을 때까지 벌어 먹이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에단 헌트는 30년간 8편의 영화 속에서 미션을 수행했지만, 우리는(?) 정년퇴직하는 60세 혹은 70세, 80세 까지도 돈을 벌어야 하니 30년이 아니라 길게는 50년 동안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혹여라도 수행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하거나 수모를 당할지언정 에단이 목숨을 걸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다름없이 이를 악물로 바닷속으로 하늘로 향해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 속 에단 헌트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인지라 에단 헌트는 그 산전수전을 다 겪고도 팔다리 하나 부러지지 않고 얼굴에 스크래치 정도의 상처를 입지만, 영화 밖 현실 속 우리는 그렇지 않다.
보이지도 않아서 보여줄 수 없는 마음의 생채기부터 무기를 대주는 힘 있는 IMF 조직의 뒷배도 없고, 두바이나 북극, 네덜란드로 달려갈 돈도 없다. 절망적인 순간에 극적으로 구해짐 당하는 순간은 현실에 없으며 너는 영웅이라며 대단한 무술실력과 IT전문가 친구가 나를 원격으로 돕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 역시 미션 수행 중이므로 자기 살기에 바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현실의 공통점은 에단 헌트 그러니까 톰 크루즈도 나이가 든다는 것이다. 미션은 무엇이든 그 자체로 어려운 것이며, 각 요원의 능력에 비추어 주어지는 것이고, 언젠가 그 임무는 끝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나의 미션 수행에는 내가 적임자이고, 반드시 완수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내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다른 요원들보다 어려운 미션이 주어졌다거나, 나는 능력이 없는 요원이라며 온갖 불평과 불만을 품고 대충대충 미션을 수행하다가는 그 책임을 감당하기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 속 에단 헌트와 친구들이 반복해서 말하지 않나.
"우리는 음지에서 살고 죽는다. 소중한 사람들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We live and die in the shadows. For those who don't know)"
나도 내 삶에서는 최고의 요원, 에단 헌트이다.
내 나이가 얼마든, 내 모습이 지금 어떻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과 내가 머물러 있는 자리에서 프로페셔널하고 유능한 요원으로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미션을 수행하는 거다.
가끔 친구들과 가족들과 장난도 치고,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겠지만 여전히 '미션 컴플리트'를 외치기 위해 온갖 용기, 교훈, 도전, 희생, 헌신을 끌어와 탑재하고 저 심해의 세바스토폴호 속으로, 하늘을 비행기를 추격하러 가는 거다.
다행히 실제를 사는 우리는 에단처럼 몇 분 후면 폭탄이 터져 곧 죽을 지경에 처한 것까지는 아니니 어쩌면 에단과는 또 다른 전문적인 능력으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간 어디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혹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고달픈 일상 속에서 미션을 수행 중인 수많은 에단헌트들에게 '당신은 최고의 요원'이라 엄지를 번쩍 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