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겁쟁이 샐러리맨이었다..

고작 사업자등록 내는 것뿐이건만...

by 김태경

육아 휴직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아까울 수가 있나. 이제까지 40년을 넘게 살았는데 이 1년, 이 6개월이 이렇게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는 게.. 정말이지 인간은 모순덩어리이다.


남은 몇 달 동안이라도 소소한 돈벌이 해 보자 시도했던 지난 한 주였다.

아는 후배가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는데 나더러 한번 해 보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고맙다 여기고 그의 조언을 따라 첫 삽을 떠 보려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일단 내가 해야 할 것은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발급받는 것, 그리고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는 거였다.

큰돈을 벌 가능성이 크지는 않으나 혹시 몰라 사업체명의의 계좌 개설도 필요했다.


이게 뭐 별 건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겁이 나는 거다.

"내가 절차를 제대로 밟고 있는 거겠지? 내가 뭘 잘못해서 나중에 문제 생기는 건 아니겠지?

더 알아보고 해야 하나? 전문가한테 맡겨??..."

숨기는 것도 없고, 발목 잡을 만한 법적 과거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게 뭐라고 실체 없는 염려가 발동되었다. 그래서 괜스레 네이버와 챗 GPT를 다그쳐댔다.


내가 신청한 사업 프로세스 중 궁금한 것이 있다며 내게 전화를 걸어온 세무서 직원에게는 마치 면접 보는 것처럼 심장 쿵쾅쿵쾅 대며 대답을 하기도 했다.

별 것 아닌 확인차 전화였던 것 같은데 바짝 긴장해서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알게 되었다.

대학, 대학원 졸업하자마자 입사하여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내가 속한 회사 내에서 최선을 다해 열일하는 것 외에는 별로 도전해 본 것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남편 만나 결혼하고 아기도 둘이나 낳고 키우며 중년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고작 사업자등록하나 내는 것에 온갖 생각과 염려를 하는 나를 보면서 어이없어 헛웃음이 났다.


그러니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 마음먹은 것도 모자라 그다음 단계를 삶으로 실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직, 창업, 유학...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할지라도 이유와 상황이 어쨌든 그들은 용자(傭者)들이다.


회사라는 우물 안에서 월급쟁이로 길들여 내 삶에 금전적 안정감을 주었던 내가 다니던 회사가 새삼스럽게 다가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자의이든 타의이든 선택하여 길을 출발한 동시대 수많은 분들의 용기와 실행에 경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아닌 줄 알았지만 겁쟁이, 쫄보인 나 자신이 지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악착같이 당차게 적극적으로 삶을 선택해 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간접체험이라도 해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다.

(간접체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과용된 것 같다. 읽으시는 분들께서 맥락 속에서 넓은 이해와 아량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이제 내가 해야 할 행정적 절차는 거의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나도 한번 도전이라는 것을 해 보자.

그 유명한 말이 있지 않나. '안되면 말고'

근데 40대 중반이라도 안되면 말아도 되는 거겠지?

몰라. 일단 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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