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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희 Oct 24. 2024

냉장고 앞에서의 철학적 성찰

냉장고 앞에서의 철학적 성찰 : 먹을 것이 없다는 착각에 대하여

인간의 삶에서 가장 빈번하게 겪는 철학적 난관 중 하나는 바로 냉장고 앞에서 펼쳐진다. 분명 문을 열었을 때 안에는 온갖 재료들이 가득한데도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아, 먹을 게 없네.”

이 문장은 단순한 투정일까, 아니면 인간 본질에 대한 고뇌일까? 오늘은 이 ‘먹을 게 없다는 착각’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유머러스하게 탐구해보자.

1.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현대인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도 모른 채 냉장고 문을 10분째 열어둔다. 배는 고픈데 입맛이 까다로워졌고, 모든 음식이 귀찮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는 현대인의 고질병과 닮아 있다. 넘쳐나는 선택지 속에서 진정한 만족을 찾지 못하는 상태, 냉장고는 그 상징이 아닌가?

2. 유통기한과 죽음의 회피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발견한 유통기한이 지난 요거트를 보며 우리는 잠시 존재의 유한성을 깨닫는다. 이 요거트는 왜 이렇게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인생을 마쳤을까? 우리는 유통기한을 마주할 때마다 불멸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포기하게 된다. “내일 먹을까?”라는 미룬 선택이 결국 인생의 유한함을 대면하는 순간이 된 셈이다.

3. 시리얼과 우유: 완벽한 조화를 찾는 문제

냉장고 안의 우유는 혼자 아무 의미도 없다. 시리얼과 만나야만 비로소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공동체적 존재’와 유사하다. 우유와 시리얼이 만나 하나의 음식이 되듯, 우리도 사회 속에서 타인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시리얼은 남았는데 우유가 없을 때 발생한다. 인생이란 항상 그렇게 무언가가 조금씩 부족한 법이다.

4. 먹을 게 없다는 것은 거짓이다

“먹을 게 없다”는 말은 사실 “지금 당장 먹기 귀찮다”는 의미에 가깝다. 냉동실엔 만두가 있고, 야채칸엔 시든 브로콜리가 있으며, 계란은 언제나 마지막 희망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선택을 부정한 채 치킨 배달 앱을 켠다. 이는 니체의 말처럼 “신은 죽었다”는 선언과도 같다. 더 이상 냉장고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기에 우리는 외부의 구원(치킨)을 택하는 것이다.

5. 결론: 냉장고와 화해하는 법

냉장고는 단순한 음식 보관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고민이 투영된 철학적 공간이다. 중요한 건 선택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선택에 대한 귀찮음과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남은 찬밥에 계란을 풀고 김치를 얹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삶이란 결국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요리와 같다.

그러니 다음에 냉장고 앞에서 한숨이 나올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자.

“먹을 게 없는 게 아니야. 내가 잠시 우주의 질서와 불화를 겪고 있을 뿐이야.”

“인생이 뭘 줄지 고민하지 말고, 있는 재료로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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