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아: 누워있음의 철학
“5분만 더…” 침대 속에서 이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닌 깊은 철학적 선언이다. 아침 알람이 울렸을 때 일어나지 않기로 하는 선택은 인간의 본질을 관통하는 문제다. 우리가 왜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선택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인지 유쾌하게 탐구해보자.
1. 데카르트와 침대의 존재론: 누워있으므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지만, 사실 아침에 누워 있는 동안의 우리야말로 진정한 사유의 시간에 빠져 있다. 침대 속에서 우리는 끝없는 고민에 잠긴다. 오늘 해야 할 일, 가기 싫은 약속, 나의 인생 방향까지. 침대는 물리적으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우주를 여행하는 공간이 된다. 결국, 우리는 누워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2. 알람과 자유의지: 울리는 자와 무시하는 자
알람 소리는 자유의지를 시험하는 철학적 딜레마다. 인간은 과연 자유로운 존재인가? 아니면 정해진 알람에 지배되는 노예인가? 알람이 울릴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를 마주한다: 일어나거나 10분 더 자거나. 이 간단한 선택은 실은 인간이 매일 아침 내리는 최초의 자유 의지 행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연달아 ‘스누즈’를 누르며 자유를 유예하기로 결정한다.
3. 소파 vs 침대: 진정한 안락의 논쟁
일부 사람들은 침대보다 소파에서 쉬는 것을 더 선호한다. 왜일까? 이는 칸트의 “안락은 의무와 충돌할 때 더욱 달콤해진다”는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침대는 휴식의 정당한 장소지만, 소파는 ‘해야 할 일을 미뤄놓고 쉼’을 상징한다. 따라서 소파에서의 낮잠이 침대보다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금기를 어긴 해방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4. 잠과 죽음: 매일의 작은 죽음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잠은 작은 죽음이다.” 잠이 들 때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깨어날 때 새로운 자신으로 부활한다. 그러나 알람 소리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부활이 아니라 숙명처럼 느껴진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떤 피로와 맞서야 할까? 매일의 잠은 작은 죽음이지만, 그 죽음에서 깨어나는 것은 늘 고통스럽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꾸만 “5분만 더”를 외치며 작은 죽음을 연장하고 싶어한다.
5. 결론: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
침대는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철학적 사유가 일어나는 중요한 장소다. 중요한 것은 하루 종일 침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침대 속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의 속도를 잠시 멈춘다. 아침에 5분 더 누워 있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어쩌면 삶의 고통에 맞설 준비를 위한 잠깐의 망설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일 아침에도 알람 소리에 일어나기 싫다면 이렇게 속삭여보자.
“오늘도 세상을 정복하기 전, 침대와 조금만 더 대화를 나눠보자.”
“삶은 결국 침대에서 시작되고 침대로 끝난다. 중요한 건 그 사이를 얼마나 현명하게 건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