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토피아
1연
그가 기도하는 시간은
오후 8시 55분
오븐에 데워지는 핫도그와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 사이
30초 동안
"오늘도 무사히"
시재 확인하는 손이
십자가를 그린다
2연
빈 구멍 뚫린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에
저녁 노을이 스며들 때
카운터 아래로
몰래 내민 손바닥 위엔
미처 다 못 쓴
대학원 지원서 조각들과
빛바랜 묵주가 놓여 있다
3연
마감 전 마지막 손님
떠나간 자리에
바코드 스캐너가
"삑" 울리면
그는 비로소
하늘보다 높은
알바표 적립금을 바라보며
주님의 은혜를
포인트로 환산한다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