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되는 드라마.이들은 왜 헤어진 걸까. 서로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옛 연인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 사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오늘 한판 붙은 직장의 인성쓰레기, 고장 난 청소기, 만성 변비 같은 걸 잊고 아주 멀리멀리 날아가게 해 준다.생존과 이해타산만 남은팍팍한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혁명이나 예술처럼, 아련하고고고하고애틋하다. 현실에서 볼 수 없기에 더 끌리는 이야기, 더구나 남주의 외모와 목소리가 이토록훈훈하다면! 옴마,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돌아가야지, 아니 첨부터 멀어지지도 않았을 거야.
고등학교에서 만난 두 사람. 그녀의 이름은 구이샤오(归晓), 그의 이름은 루천(路晨).두 사람의 이름을 합치면 '돌아가는 길의 새벽빛'이 된다.운명 같은 이름처럼 둘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입시가 끝나고 곧 각자의 대학으로 흩어져야 하는 어느 여름밤, 남자가 수줍은 사랑을 고백한다.
남: (대뜸) 나 좋아하니?
여:(짐작은 했으나 당황) 그렇게 묻는 사람이 어딨니?
남:(뒷짐 지고 돌아서서 먼데를 본다)
여:(뭐야 이렇게 묻고 걍 끝인 건가?)
남:... 손 줘봐.
남: 난 외지에서 경찰학교에 다닐 거야.
여: 응^^
남: 자주 올 수 없을 거야.
여: 응^^
남:시간 날 때 전화할게.
여: 응^^
남: 휴가 때는 널 보러 올게.
여: 응^^
또 한 때는 둘이 손을 꼭 잡고서,
여: 절대 헤어지기 없기야. 어떻게 싸우더라도 절대 헤어지지는 않기로 약속해.
남: 응,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야.
(중국어로 '헤어지다'는 '分手'즉 '손을 놓다'로 표현한다.)
이렇게 좋았던 두 사람, 늘손을 꼭 잡았던 두 사람. '영원히 헤어지지않겠다'는 말을 하는 순간, 두 사람의 이별이확정되기라도 한 듯, 장거리 연애, 특수경찰이라는 남자의 직업과 그의복잡한 가정형편 등이 맞물려 둘은 결국 헤어지고 만다.
그 후로 자신을 유배하듯, 머나먼 국경지대에서 폭탄전담 특수경찰로 7년을 근무한 남자. 어느 눈이 많이 온 날, 이 먼 곳까지 여자가 남자를 찾아오고, 끊어질 것 같던 둘의 인연은 다시가늘게 이어진다.
이 춥고 먼 곳으로 그녀가 찾아왔다
늘 말이 없는 남자. 문자조차 짧은 남자.
남: 자니?
여:(은근기대하며) 아직
남: (나는 너.... 를 썼다가 지우며) 일찍 자
요리를 잘하고차도 잘 고치고, 애써 눌러왔던그녀 생각이 나니까 술은 한잔도 안 마시고,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고 운전하는 남자. 사랑을 잃고 오랫동안 앓은 듯 수척하고 쓸쓸한 얼굴로 다시 돌아온 이 남자. 그리고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면서도 늘그를 사랑하는곰돌이 같은 여자.
요리를 잘 하는 남자!
차도 잘 고치는 남자! (아, 저 나사가 되고 싶다)
이제 삼십 대가 된 두 사람,이미헤어진 지 오래된 두 사람. 십여년 전, 사랑을 고백하던 그 들뜬 여름밤처럼, 그가 대뜸 돌아서서 그녀에게 묻는다.확신이 있을 때만 묻는 질문을.
아직 날 사랑하니? 还爱我吗?
순간, 흔들리는 여자의 눈에 이내 서러운 눈물이 차오르고,
네 결혼 소식 들었어... 축하해.
여자는, 입으로는 축하한다지만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는 한 순간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 없다고 대답한다. 긴 밤을 혼자 고단하게 걸어온 남자, 이제는 점점 밝아오는 새벽빛을 따라 용기내어 그녀에게 돌아갈 차례다.
"저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새벽빛(辰晓)."
문득 깨닫는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헤어지지 않는다. 헤어지더라도,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결국은 서로에게로 다시 돌아간다. 진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약해서약아빠진 사람들만 핑계 대며 헤어진다. 새벽빛처럼 단단하고지혜로운 사람들만 사랑을 지켜낸다. 새벽빛을 따라사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