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 <연애적하천 恋爱的夏天>을 보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고르고 골라 제일 멋지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아니라, 결혼하고 싶을 때 만난 그 사람과 결혼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타이밍이란 게 대부분, 한번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철없던 시절, 5년간 연애하다 서로 지긋지긋해져 결국 지저분하게 헤어진 옛 연인을 다시 만난다면? 이미 그의 곁에는 만점짜리 연인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건만 어쩐 일인지 그를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면?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까? 다시 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생계 걱정이 태산인데, 새 연인을 쫓기도 바쁜데, 이런 신선놀음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가 지금 중국에서 방영 중이다.
바로 2014년 방영했던 KBS 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중국판 리메이크작, <연애의 여름 恋爱的夏天>이다. 8년이나 지났어도 띵작의 힘은 대단하여, 여전히 사람을 잡아 끈다. 역시, K-드라마다. 중국 제작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지 원작의 설정, 캐릭터, 대사까지 거의 그대로 가져왔고, 원작의 배우들과 판박이인, 사랑스러운 매력의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또 산둥성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칭다오에서 촬영, 더욱 감성적인 사랑과 이별의 풍경을 선사한다.
연애도 결혼도 이미 오래전에 끝내고 곧 사위를 보게 될 나는, 어린아이들의 알콩달콩 소꿉놀이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이 드라마를 지켜본다. 회한의 사랑 고백, 사랑과 연애에 대한 깊은 통찰의 대사들을 중국어로 다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의 연애에 관한 당사자 두 사람의 기억이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여주 하천(夏天 여름)에게 그 연애는, 늘 일방적으로 참고 기다리고 울면서 애정을 구걸해야 했던 악몽 같은 약자의 기억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고 또 마지막 악을 쓰며 헤어졌던 장소, 기차를 싫어한다.
반면, 남주 허칙호에게 그 연애는 순수하고 달콤했고 언제라도 돌아가고픈 그리운 추억이다. 기차를 탈 때면 그는 여전히 하천을 떠올린다. 심지어 그는 5년 전, 그들이 헤어진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그녀를 한 번도 떠나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고군분투했던 20대, 그 뜨거웠던 연애가 끝나고 5년이 지나 이제 30대가 된 두 사람.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허칙호와 가구 디자이너 하천이 사업상의 갑방과 을방으로 다시 만난다. 하천은 이미 예전의 순정녀, 징징녀가 아니다. 허칙호와는 정반대의, 늘 알면서도 사랑으로 져주는 세심하고 배려 깊은 성형외과 의사 남친도 있고 그 남친을 맘대로 쥐락펴락하는 밀당 여우가 되어 있다. 이게 다 더 많이 사랑해서 더 많이 아팠던 지난 연애의 교훈 덕분이다.
허칙호는 자신이 '22년판 업그레이드 성숙 버전'이니 다시 돌아와 자신을 체험해보라며 하천의 마음을 흔들어보지만 하천은 그를 인성 쓰레기 ex-boyfriend 취급할 뿐이다.
왜 ex-boyfriend에 ex가 붙는 줄 알아? 생각만 해도 恶心 (exin, 구역질) 이기 때문이지.
그래도 생각해보니 너에게도 장점이 있더라고. 나한테 뭐 잘해준 것도 없지만 남들에겐 더 심했거든. 나한테 잘하지만 남들에겐 더 잘하는 것보단 백배 낫지.
속수무책의 허칙호, 하천의 두 번째 연애가 서서히 결혼으로 향하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며 그는 비로소, 5년 전 하천 혼자 겪어야 했던 '약자 지옥'을 체험한다. 하천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야근 때문에 바쁘고 피곤했던 그는, 그녀가 왜 울면서 전화해 와 달라고 하는지 묻지도 않고 거절했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기보다는 노트북 작업 화면을 응시했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쪽잠을 선택했다. 그녀와의 약속을, 그녀의 생일을, 두 사람의 기념일을 잊었다.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기적이고 무심했던 그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이제 다시 돌아와 그를 아프게 찌른다. 허칙호는 이제야, 이별의 이유를 안다. 자신이 소중한 이를 잃었음을, 사랑하는 그녀를 영영 되찾을길 없음을 깨닫는다. 이별한 지 5년이 지난 이제야, 그는 때늦은 이별을 한다. 오랜 전 이미 떠난 그녀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아이처럼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는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천이 말하곤 했지. 우리 연애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야 누가 진짜 강자였고 누가 진짜 약자였는지 알게 됐어. 그 때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은, 남김없이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헤어질 때도 미련이 없지만, 늘 받기만 했던 사람은 후회와 상실감, 뒤늦은 깨달음에 오래도록 괴롭지. 이제 생각해보니 우리 관계에서 늘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던 하천이 더 강자였던 것 같아.
연애를 되돌릴 수 있는가? 시절 인연(时节姻缘),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는 때가 있고 그때가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억지로 되돌렸다가 추억마저도 잃고 더 처참하게 헤어진 많은 연인들의 사례를 알고 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인가? 그렇다. 더 아프고 더 많이 기다려야 하고 돌아오는 것은 더 적다. 하지만 사랑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짧은 여름이 가기 전에 온 몸을 담그고 온 힘을 다해 물놀이를 즐긴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그래야, 정말 물가를 떠나야 할 때, 미련이 남지 않는다. 덜 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