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천우 Sep 09. 2022

되돌릴 수 있습니까?

중드 <연애적하천 恋爱的夏天>을 보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고르고 골라 제일 멋지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아니라, 결혼하고 싶을 때 만난 사람과 결혼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타이밍이란 게 대부분, 한번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 잘 알고 있다.


철없던 시절, 5년간 연애하다 서로 지긋지긋해져 결국 지저분하게 헤어 옛 연인을 다시 만난다면? 이미 그의 곁에는 만점짜리 연인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만 어쩐 일인지 그를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면?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까? 다시 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생계 걱정이 태산인데, 새 연인을 쫓기도 바쁜데, 이런 신선놀음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가 지금 중국에서 방영 중이다.



바로 2014년 방영했던 KBS 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중국판 리메이크작, <연애의 여름 恋爱的夏天>이다. 8년이나 지났어도 띵작의 힘은 대단하여, 여전히 사람을 잡아 끈다. 역시, K-드라마다. 중국 제작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원작의 설정, 캐릭터, 대사까지 거의 그대로 가져왔고, 원작의 배우들과 판박이인, 사랑스러운 매력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산둥성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칭다오에서 촬영, 더욱 감성적인 사랑과 이별의 풍경을 선사한다.


연애도 결혼도 이미 오래전에 끝내고 곧 사위를 보게 될 나는, 어린아이들의 알콩달콩 소꿉놀이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이 드라마를 지켜본다. 회한의 사랑 고백, 사랑과 연애에 대한 깊은 통찰의 대사들을 중국어로 다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의 연애에 관한 당사자 두 사람의 기억이 각 다르다는 것이다. 여주 하천(夏天 여름)에게 그 연애는, 늘 일방적으로 참고 기다리고 울면서 애정을 구걸해야 했던 악몽 같은 약자의 기억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고 마지 악을 쓰며 헤어졌던 장소, 기차를 싫어한다.


반면, 남주 허칙호에게 그 연애 순수하고 달콤했고 언제라도 돌아가고픈 그리운 추억이다. 기차를 탈 때면 그는 여전히 하천을 떠올린다. 심지어 그는 5년 전, 그들이 헤어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그녀를 한 번도 떠나보낸 적이 없 때문이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고군분투했던 20대, 뜨거웠던 연애 끝나고 5년이 지나 이제 30대가 두 사람.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허칙호와 가구 디자이너 하천이 사업상의 갑방과 을방으로 다시 만난다. 하천은 이미 예전의 순정녀, 징징녀가 아니다. 허칙호와는 반대의,  알면서도 사랑으로 져주는 세심하고 배려 깊은 성형외과 의사 친도 있고 그 남친을 맘대로 쥐락펴락하는 밀당 여우가 되어 있다. 이게 다 더 많이 사랑해서 더 많이 아팠던 지난 연애의 교훈 덕분이다.


술김에 따귀를 날린다, 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미운 ex-boyfriend


허칙호는 신이 '22년판 업그레이드 성숙 버전'이니 다시 돌아와 자신을 체험해보라며 하천의 마음을 흔들어보지만 하천은 그를 인성 쓰레기 ex-boyfriend 취급할 뿐이다.


왜 ex-boyfriend에 ex가 붙는 줄 알아?  생각만 해도 恶心 (exin, 구역질) 이기 때문이지.



그래도 생각해보니 너에게도 장점이 있더라고. 나한테 뭐 잘해준 것도 없지만 남들에겐 더 심했거든. 나한테 잘하지만 남들에겐 더 잘하는 것보단 백배 낫지.



속수무책의 허칙호, 하천의 두 번째 연애 서서히 결혼으로 향하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며 그는 비로소, 5년 전 하천 혼자 겪어야 했던  '약자 지옥'을 체험다. 하천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야근 때문에 바쁘고 피곤했던 그는, 그녀가  울면서 전화해 와 달라고 하는지 묻지 않고 거절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기보다는 노트북 작업 화면을 응시했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쪽잠을 선택했다. 그녀와의 약속을, 그녀의 생일을, 두 사람의 기념일을 잊었다.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기적이고 무심했던 그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이제 다시 돌아와 그를 아프게 찌른다. 허칙호는 이제야, 이별의 이유를 안다. 자신이 소중한 이를 잃었음을, 사랑하는 그녀를 영영 되찾길 없음을 깨닫는다. 이별한 지 5년이 지난 이제야, 그는 때늦은 이별을 한다. 오랜 전 이미 떠난 그녀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아이처럼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는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놓친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천이 말하곤 했지. 우리 연애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야 누가 진짜 강자였고 누가 진짜 약자였는지 알게 됐어. 그 때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은, 남김없이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헤어질 때도 미련이 없지만, 늘 받기만 했던 사람은 후회와 상실감, 뒤늦은 깨달음에 오래도록 괴롭지. 이제 생각해보니 우리 관계에서 늘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던 하천이  강자였던 것 같아.



연애를 되돌릴 수 있는가? 시절 인연(时节姻缘),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는 때가 있고 그때가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억지로 되돌렸다가 추억마저도 잃고 더 처참하게 헤어진 많은 연인들의 사례를 알고 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인가? 그렇다. 더 아프고 더 많이 기다려야 하고 돌아오는 것은 더 적다. 하지만 사랑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짧은 여름이 가기 전에 온 몸을 담그고 온 힘을 다해 물놀이를 즐긴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그래야, 정말 물가를 떠나야 할 때, 미련이 남지 않는다. 덜 울게 된다.  



 널 안아봐도 될까,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이전 01화 가장 이별하기 좋은 곳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