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세끼

식사 해결

by 정담은그림

병원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매끼마다 밥 먹는 것이 일이 됐다.

보호자 식사를 선택해 환자와 같이 먹으면 좋겠지만, 불시에 의사가 회진을 돌기 때문에 (의사들이 하는 말들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녹음을 해 두는 것이 중요했다)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이상하게 내가 잠깐 자리만 비우면 의사가 찾아오고, 검사실로 내려오라는 연락이 온다.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식사시간마다 엄마는 환자이기에 앞서 엄마라고, 나를 두고 혼자 식사하기를 꺼려하셨다.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기어이 환자식을 함께 들자고 하신다. 그렇게 먹다가 또 의사가 오면 핸드폰을 들고 녹음을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어 불편했기 때문이다.


병원 지하 김밥 집에서 아침, 점심, 저녁 김밥을 사다 놓고 먹었다. 엄마는 미안해하셨지만 엄마 옆에서 빨리 먹을 수 있어 간단하고 편했다. 나는 단무지랑 햄을 뺀 그냥 김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문할 때 매번 빼 달라고 말씀드린다. 며칠을 들렀더니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싸주신다.

속에 몇 개 들어가지도 않는 김밥에 단무지와 햄을 빼면 내용물이 부실 해지는 건 당연한데, 사장님은 계란 두 개와 다른 야채들로 빈자리를 채워주셨다.


병원 생활 며칠 만에 단골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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