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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Jul 06. 2024

엄마의 마지막은

외롭지 않았기를


갑작스러운 큰 사고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된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억장이 무너지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3년 전 엄마도 멀쩡하게 병원에 가셨다가 다음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다.

가족 모두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한 것들뿐이다.

엄마는 으레 그렇듯이 엄마의 또래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으셨을 텐데 딸인 나는 엄마에게 그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안겨드리지 못했다.

나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공기업에 취업했다. 그동안 혼자 짊어졌던 경제적인 문제를 나와 나눠지게 된 엄마는 한시름 놓으셨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면서 대학엘 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엄마는 힘이 쭉 빠지고 내가 미웠을 것이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돈도 벌고, 결혼도 하고, 손주도 안겨드렸으면 좋았을걸... 

난 엄마에게 늘 부족하고 아무것도 해 드린 것 없는 딸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지 그동안 엄마에게 넉넉하게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린 적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이 잘 돼서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진 것도 아니어서 나는 줄곧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다.

엄마가 엄마가 그동안 일을 놓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가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무엇보다도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불효였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마지막은 어땠을까.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을까.

무엇보다도 많이 아팠을까.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라 보호자로 병원에 있는 것조차 인원을 제한하고 까다롭게 굴던 시기였다. 

의사가 주말까지 지켜보자며 우리를 돌려보냈고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는데 다음날 아침에 

눈을 감으신 엄마.

중환자실에서 가족 없이 혼자 세상을 뜨셨을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인생은 혼자라지만 이 세상 마지막 순간에 내 옆에는 누가 있게 될까.

혼자 사니 고독사하겠지만 그 마지막은 잠자면서 고통 없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엄마도 아픔 없이 하늘나라로 편히 가셨기를...

예수님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너와 함께 있으리라’ 말씀하셨던 것처럼

엄마의 마지막은 내 그림과 같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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