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잔소리’라는 노래가 있다.

연인관계에서 여자 친구의 애정이 담긴 잔소리는 남자 친구에게 '그만하자, 그만하자'라는 말만 나오게 한다.

부모와 자식, 모녀관계에서도 잔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엄마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딸이 닮아서 인지, 행동거지가 엄마 마음에 닿지 않아서 인지 딸들은 잔소리를 듣는다.

부모가 노년기에 접어들면 잔소리는 역전하기 시작한다. 

자식은 부모가 걱정돼 하나부터 열까지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어느 순간 엄마도 나도 그렇게 됐다.     

엄마는 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잔소리하셨다.

그 잔소리가 싫어 말대꾸하고 짜증을 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내가 다 알아서 하는데 왜 잔소리를 보태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 나 잘 되라고, 내가 걱정되어 나를 위해 하는 소리였음을, 그것이 애정이었음을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는다.     

요즘 나의 삶과 행동에 있어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

그건 좋게 말하면 잘할 거라는 믿음, 잘하고 있는데 굳이 한 마디 더 보태지 않는 것이 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개인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으니까. 어쩜 가족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없으니 이제 잔소리는 내 차지가 되었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점심에 혼자 식사하시는 아빠한테 건강을 생각해 라면은 드시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밥이 없으면 바로 라면을 끓여 먹는다. 

출근하는 동생에게 선크림 좀 바르고 옷 좀 잘 챙겨 입으라고 하면서 나는 선크림은커녕 세수도 안 하고 대충 입고 나간다.

내가 그런다고 날 위해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자유롭지만 조금은 가여운 삶이다.     

지금의 나는 잘 못하고 있다. 한심하게 살고 있다. 나도 안다.

누군가의 잔소리가 필요하다.

왜 그렇게 사냐고, 정신 차리라고.

엄마의 잔소리가 그립다.

이젠 엄마의 마음에 들게 조금은 맞추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의 잔소리에 이렇게 대꾸하고 싶다.     

‘네, 그럴게요.’

‘알았어요, 엄마. 노력해 볼게요.’

‘잘 안되는데, 엄마 나 좀 도와줘요.’     

사진 속의 엄마는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침묵 속에서 받아칠 말들만 허공에 되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