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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올가미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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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Aug 21. 2021

시어머니와의 첫 만남

그녀의 미소

남편과 사귀고 3개월쯤 되었을까,

시어머니가 아들의 여자친구인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24살인 아들의 연애를 시모의 허락 하에 해야한다하신것도 참 우습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보고 우리의 연애유무를 시모가 판단하겠다고 하신것 또한 우습다.

결혼도 아니고 연애를.

하지만 당시의 나는 어린 마음에

어른에게 인사드리고 교제하는것이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았었다.

남편도 시부모도 단순히 가벼운 연애상대로 나를 생각하시지 않기에,

날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날 만나보고 싶으신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엄한 부모 아래 자라

어른들께 공손하게 항상 대답하고

어른들께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던 나의 모습을 보며 시어머니는 맘에 드셨던 것 같다.

21살의 어린 여자애가 순종적이고 얌전한게

요즘애들 같지 않다고 참 좋아하셨다.

그렇게 우리의 교제를 허락받았다.





남편은 나 이전에 한번의 연애경험이 있었다.


사실 남편의 과거 또한 나와 참 비슷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만을 강요받으며 이성관계는 전혀 생각해 볼 수도 없었고, 이성관계는 대학 진학 이후에나 가능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교회에서 만난 5살 연상의 여성분과 첫 연애를 시작했다고 다.

첫 여자친구는 남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학력의 소유자였고, 평범한 집안의 여성분이었다.

이것을 알게된 시모는 엄청난 분노를 하며 곧바로 남편에게 헤어짐을 종용하셨다.

아들이 5연상의 여자를 만나는 것이,

학벌이 좋지 않은 여자를 만나는 것이,

시모에게는 허락될 수 없었다.

그녀가 좋은 신앙심을 가진 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 교회의 권사였던 시모는 분노했고 그들의 결별을 요구했다.

당시 남편의 나이 20살, 그의 여자친구의 나이 25살이었다.


남편은 본인의 어머니를 이기지 못한다는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그런 시모에게 조금의 반항이나 반발도 없이 바로 헤어지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당시의 그녀가 첫사랑이었고,

정말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맞설 생각조차 못했던 남편이었다.

이후 부모 몰래 연애를 10개월간 지속했고, 결국은 그런 거짓됨이 너무나 힘들어 헤어졌다고 다.


당시 시모는 본인이 헤어짐을 요구한 그 시점에서 약 3개월이 지난 후,

갑자기 남편을 불렀다. 그러고는

'네가 헤어지겠다고 했으니 그에 대한 증거를 봐야겠다. 지난 3개월간의 통신기록을 전부 가져와라'

라고 요구했고, 남편은 시모에게 지난 그의 통신기록을 전부 가져다 드렸다.

지난 3개월간 아들이 여자친구와 연락한 적이 없다는것을 기록으로 확인한 시모는 그제서야 그것을 믿고 안심(?)하게 되었다.


사실 더 놀라운 것은,

남편이 본인 어머니가 그럴것임을 예상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의 전화를 빌려 3개월간 여자친구와 몰래 연락을 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애쓰며 비밀연애를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남편은 앞으로는 무조건 부모가 원하는 상대와만,

부모가 흡족해할 대상과만 연애를 하겠다고 굳게 맹세했고,

부모에 기준에 맞는 여자들을 찾아다녔다.


그것이 나였다.


당시 내가 데이트하며 만났던 본인 친구로부터 종종 들었던 나에 대한 배경,

같은 학교를 다니는 나의 학벌,

본인보다 3살이 어렸던 나의 나이,

데이트를 시작한 후에는 직접 교회 예배에 함께 가서 나의 신앙심에 대한 확인도 미리 했다.


내가 어머님의 허락을 받고난 후,

어머님의 기준에 통과된 후,

남편은 너무나 행복해했다.

자기는 이런 연애를 너무나 하고싶었다고.

부모가 허락한 연애가 너무 하고싶었다고 했다.



그때는 나도 어려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부모의 허락을 받았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의 이면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스무살 아들의  연애에 본인들만의 기준으로 결별을 종용하는 그 부모가,

아들의 말을 믿지 않고 3개월동안 조용히 지켜보다 아들에 말에 대한 증빙까지 요구하는 그 부모의 치밀함이,

만난지 갓 3개월된 아들의 두번째 여자친구를 만나야겠다고 하는 그 시모가,

본인 부모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더욱 치밀하게 숨기는 것이 익숙했던 남편이,

그 이후 부모의 허락이 없는 교제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남편이,

어린나이에도 부모가 좋아할만한 여자만을 찾아다닌 겁쟁이 남편이,



나와 남편 우리 둘 중 하나라도 성숙해야 했는데,

남편 또한 부모로부터 그때 독립을 했어야 했는데,

부모에게 거스르는 상대도 만나며 반항도 하며

연애를 해봤어야 했는데.

나 또한 그런 남편과 시부모를 연애시절 겪으며 이건 아니라고 관계를 청산했어야 했는데.



아니지..아니다.

미쳐야 결혼을 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우리는 서로가 어렸기에 만난 상대였다.

서로 너무나 어린 아이들이어서,

나 자신도 모르기에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기에 이어진 인연이었다.

그래도

그 사람을 만났기에,

내가 바보였기에,

사랑스러운 내 아들이 태어날 수 있었겠지.


그렇다.

내가 혜안이 없었기에

너무나 예쁜 내 아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그런것이겠지.



시모는 상당히 인상이 좋지 않다.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외모,

젊은 나이지만 살짝 굽은 등,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기에 미간에 주름이 가득하다.

시모가 아무리 인자한 척 교회에서 봉사하고 종교적으로 명망있는 권사인 듯 예배에 참석하고 다녀도,

시모를 한번이라도 만난 사람은 모두 하나같이 그녀의 성격을 예측한다.

그 사람의 성격이 결국 시간이 퇴색되며

그 사람의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그때는 간과했다.


처음 시모를 만났을 때,

나 또한 너무 어려 감히 어머님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냥 무서웠다.

시모는 그날도 말했다.


본인은 시집살이를 심하게 당해서,

나중에 며느리에게는 정말 잘해주려고 한다고.

본인은 절대 본인의 시어머니처럼

내게 하지 않을거라고,

딸이 없는 내가 널 딸처럼 사랑해주고 싶다고,

널 보니 나와 비슷한게 많은것 같으니

내가 잘 해주겠다고.


그 말을 그대로 순수히 믿었던 내가

지나치게 순진했다.

시모의 얼굴에서 오는 어두움을

어린  나는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정말 그분이 날 딸처럼,

아들만 있는 그분이 날 딸처럼

사랑해주실 거라 믿었다.


내 나이 21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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