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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올가미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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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Dec 14. 2021

기념일마다 울리던 전화

그녀가 보였던 이상행동들

조금 이상했다.

그와의 연애기간동안

우리는 기념일에 항상 일찍 헤어져야 했다.


그 이유는 전 시어머니의 전화였다.


그녀는 우리의 기념일이 되면 저녁 8시반부터 전화를 해댔다.

본인의 아들에게 전화했다.

지금 어디냐고, 여자친구와 더 놀지말고 들어가라고.

크리스마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각자의 생일, 처음 사귄날 등.

기념일에 저녁늦게까지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나는 그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전 남편은 그의 어머니를 두려워했다.


학생이었던 전 남편에게 그의 어머니가 주는 경제적 안정은 필수적이었다.


매달 주는 용돈과 학비,

앞으로 지속될 경제적 지원.

그것이 그녀가 가진 열쇠였다.


그녀는 커플들의 시간만 되면 저녁 8시반부터 전화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10-15분의 간격으로 우리가 헤어질 때까지 전화를 해댔다.

전남편은 그녀의 말에 복종했고

대부분 전화를 받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별한 날의 우리의 데이트는 아무리 늦어도 9시 반-10시 안에는 끝내야 했다.



전 시어머니는 항상 나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아들의 여자친구인 내가 능력있는 여자라 본인과 비슷해서 본인의 딸같다고는 했지만,

내가 본인의 아들에게 주는 선물은 항상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버리기를 종용했다.


내가 사주는 의류는 질이 좋지 않아 입을 것이 아니라며 버리라고 했고(비싼메이커라도),

내가 공부 힘내라며 사준 간식거리들은 원산지가 불분명하다며 버렸다.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등에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 주면, 색소와 확인되지 않은 식재료가 첨가되었다며 버리라고 했다.


전남편은 그 어머니의 말을 항상 따랐다.


나는 매번 죄송하고 미안해했다.


그런 선물을 사서,

그런 것을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만 했다.



그것이 가스라이팅이었음을,


나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나는 결혼하고도 한참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그것은 아들을 향한 그녀의 잘못된 집착이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성인인 우리가 함께하고 싶었던 시간에

함께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그 시어머니와,

그것을 그대로 복종하는 그녀의 아들,

아들의 여자친구가 하는 행동들이 못마땅하고 부족해보여 쓰레기통 행으로 만들어버리는 시어머니와

그것을 그대로 복종하는 그녀의 아들.


무엇이 더 큰 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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