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는 전남편에게 항상 말했다.
본인이 시집살이를 심하게 당했기에
본인은 며느리에게 절대 시집살이를 시키지 않겠다고.
본인은 며느리를 딸처럼 잘 대해주겠다고 했다.
그런 본인의 어머니를 그사람은 강하게 믿었다.
우리엄마는 정말 며느리에게 잘 해주실거라고.
널 사랑으로 감싸주실 거라고.
나 또한 그런 그사람의 확신어린 믿음에
강한 신뢰감을 느꼈다.
시모는 연애시절 나를 참 좋아했다.
본인의 높은 학벌과 조건 등 이 나와 비슷해서였다.
긴 연애를 하며 시모의 여러 진상 행동들을 이유로
한번도 전남편과 다투거나 불만을 내비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귀고 1-2년 쯤 지난 어느날,
그가 나를 만나서 얘기했다.
"우리집 이번에 새로 전체 인테리어 하는데,
어머니가 우리 결혼하면 들어와서 같이 살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했어.
우리 들어올거 생각하셔서 미리 인테리어 고안하신다고.
어머니가 대신 우리 방을 좀 더 크게 해주신대.
너무잘됐지?"
주변에서 시집살이 하는것에 대한 단점은 익히 들어왔던지라, 어리숙했더라도 그 부분은 나도 확실히 알고있었다.
처음부터 같이 살면 안된다는 것을.
그래서 전남편을 통해 합가하는 것을 거절했다.
그러자 시모는 그때부터 불편한 기색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와 시동생네 부부까지
아들 둘을 결혼시켜 다 같이 한 집에서 살기 위해
식탁도 8인용으로 크게 샀는데,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본인이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했고,
어차피 잘 해줄거라 함께 살자고 한 것이었는데
그런 본인의 마음을 몰라주고
합가를 거절한 것이 엄청난 상처라고 했다.
아들내외와 그 손주들까지,
다 같이 한 집에서 다복하게 오란도란 살고싶던 로망이
나 때문에 다 깨졌다고,
우리와 합가를 하기 위해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위한
중문을 설치해주려는 계획까지도 세심하게 세웠는데,
아들은 합가하겠다고 했으나
여자친구인 나 때문에 못하게 된 것이 서운하다고 했다.
본인은 딸같은 며느리로 나를 잘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본인은 다른집 시어머니들과 다른데,
다른집 시어머니들과 비슷하게 생각해서 서운하단다.
........... 개소리.
나는 그렇게 그분께 상처를 드린,
그분의 마음을 몰라준,
함께살자고 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아들을
만류한,
맘에는 들지만 조금(?)은 섭섭한,
아들의 여자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