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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올가미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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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an 21. 2022

결혼준비 과정에 있었던 문제들 1

시작

긴 연애의 끝에, 애아빠와의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학생시기를 끝내고 법무관으로 들어가는 시기였다.

법무관을 시작하면 적은 월급이라도 경제적 자립을 시작할 수 있었기에 더 늦기 전에 일찍 결혼을 하기로 했다.

나와 남편은 둘다 어려서 경제적 능력이 없었기에

결혼비용은 전적으로 양가 부모님이 도맡기로 하셨다.


친정은,

하필 그 시기에 집안사정이 가장 바닥을 쳤다.

그래서 친정엄마는 결혼비용을 걱정하셨다.

그러던 중, 시모가 엄마에게 결혼비용을 논의해야하니, 안사돈끼리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왔다.


안사돈끼리 처음 만난 카페의 그 자리에서

시모는 우리 집안 사정을 남편을 통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혼수를 바라지 않으니,

대신 1억을 현금으로 통장에 만들어 가져오라고 하셨다.

1억만 준비하면 신부 집에 혼수를 요구하지 않으니 오히려 부담없지 않냐면서 우리 집을 위하는 듯 말하였다.


친정엄마는 그 순간,

하늘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1억은 커녕 5000만원도 준비하기 힘든 집안사정이었다.

선봐서 만난것도 아니고, 연애결혼이었다.

신혼집은 법무관으로 시작하는 특성 상

보증금 2000에 월세35짜리 강원도에서 시작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나와 남편 둘다 고학벌이라 추후 내가 직장생활할 것을 생각하면 내가 부족한 입장도 아니었다.


엄마는 그때 너무 당황해서 답을 했다.

'사돈. 너무 죄송하지만, 저희집에서는 그정도의 큰 돈은 없습니다.

애들 둘이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자기들이 벌면서 가정을 꾸리고 애들 능력으로 앞으로 살아갈 줄 알고 결혼 승락 했습니다.

부족한 집에서 딸 하나 열심히 교육시키느라 지금은 빚도 있고, 빚을 갚는게 우선이라 그렇게 큰돈은 못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우셨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시모의 성격을 몰랐기에 했던 실수였다.

그런 엄마의 솔직한 발언이,

그날부터 결혼의 끝까지 내 발목을 잡을줄은 몰랐을 것이다.

시모가 본인의 계획이 틀어지면 어떤 사람으로 돌변하는지, 우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모는 그때부터 모든 결혼준비를 주관하기 시작하였다.

식장부터, 식장의 꽃 색깔, 청첩장, 청접장 안의 문구, 내 드레스는 물론 아들의 턱시도, 메이크업 샵, 웨딩촬영 스튜디오, 웨딩신발, 신혼여행지까지도 모든걸 시모가 결정하겠다고 했다.

본인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드러눕는걸 시전했다.

그녀는 싸매고 드러누워서 시위를 했고, 예비 시부가 남편에게 연락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가 원하시는대로 결혼준비를 하길 종용했다.

시부도 시모를 말릴 수 없는 집안이다.

우리는 그녀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본인이 결혼식의 모든걸 다 결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본인이 결정한

결혼식 구성에 대한 모든 비용을

10원단위까지 나눠서

친정에게 반을 요구했고,

우리는 지불을 해야만 했다.


그정도로 독단적으로 본인 혼자 다 결정하고

결혼 당사자는 물론 친정 부모님이 드레스도 미리 한번 못보게 할 정도로 이기적이었으면,

10만원이라도 본인이 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참 그 여자 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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