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만 Sep 17. 2024

소크라테스와 맨발 대화

전 국민이 맨발 예찬론자가 될 때까지 응원합니다

-소크라테스와 맨발로 나눈 이야기입니다.

일부는 역사적 사실,

나머지 대부분은 상상력을 통한 문답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2500년 동안 역사가 존경하는 철학자를 맨발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맨발 걷기를 가볍게 시작하듯 너무 진중하지 않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당신을 못생긴 남자라 하던데, 직접 뵈니 미남 축에 드는군요.

호칭은 선생님이라 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소크라테스:

하하. 네




●우선 주제가 맨발이니,

맨발에 관해 묻겠습니다.

선생님에 관한 대표적인 그림은

화가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입니다.

다비드,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


그 외 몇 점의 그림이 있는데 거의 맨발입니다.

역사적 기록은 겨울철과 전쟁통,

아테네 광장에서도 맨발 차림이었다고 전하는데요.

왜 맨발이었습니까?


■소크라테스:

제가 맨발인 이유를 세간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였다는 둥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그랬다는 둥

갑론을박합니다.


답은 아래 비유로 대신합니다.


당시 전쟁은 군 장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는데요.

귀족은 기마병으로,

돈 없으면 보병으로 출전했습니다.

저는 평범한 보병이 아닌, 중무장한 보병으로 참전했으니

돈 없어 맨발이란 말은 맞지 않습니다.

자신을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차림이

맨발이었다는 표현이 옳겠죠.

세상 속 얽매이는 모든 걸 내려놓아야

비로소 자신을 만나기 쉬워서였지요.


또한 그 시대 아테네는 전시 상황이었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포함 세 번의 전투를

35.45.47세에 참전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철학을 논하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죠.

그나마 의도적인 맨발 차림 덕에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맨발 걷기 열풍에 한마디 하신다면요?


■소크라테스:

이왕 맨발 걷기 얘기 나왔으니 걸으면서 얘기할까요.


2500년 전 시작됐던 맨발 걷기가 인제야 유행입니다.

그것도 내 조국 그리스 아테네가 아닌 한국에서요.

의미는 당연히 다르죠.

당시 철학이 동기라면,

지금은 건강에 방점이 찍혔으니깐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철학이 깃들 것이고,

건강한 철학이 건강한 육체를 만듦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방치된 채 살아갑니다.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더 많이 더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현대인의 자화상 때문일 테지요.


맨발 걷기는 인류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입니다.

우리들 모두에게 첫 경험입니다.

한국에서 대중화된 건,

2년 남짓 매우 일천합니다.

가장 긴 경험이래 봤자 20년 내외입니다.

그것도 소수의 몇 사람에 불과합니다.

누구도 전 생애를 겪지 않았기에 효과를 섣불리 재단할 순 없습니다.


더구나 의학 부문은 제가 답할 처지가 아닙니다.

그에 대한 해법은 차후 제 친구와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같은 그리스 태생이고 비슷한 연배입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와 함께 오겠습니다.

그의 걷기에 대한 신념은 대단하죠.

"최고의 약은 걷는 것이요,

우울하면 걷고,

그래도 우울하면 다시 걸어라." 할 정도였습니다.


분명한 건,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맨발 걷기 치유 사례가 쏟아지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몸이 건강해야 건강한 정신을 만들 수 있기에

맨발 걷기는 진일보한 국민 운동이라 확신합니다.

신체적 건강과 인문학적 소양을 동시에 추구한단 면에서

강력히 추천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아직도 우리 가슴에 스며드는 경구입니다.

6자로 된 평범한 명제가 2500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한 비결이 있을까요?


■소크라테스:

어떤 위대한 사람도 자신이 말한 수식어와 함께 각인되는 경우는 드물죠.

"너 자신을 알라"를 고유 명사처럼 사랑해 주니 감사합니다.


그리스 인구는 천만 명입니다.

그토록 유명했던 말이니,

하루 10명씩만 깨우쳐도 그리스 모든 인구가 현인들로 넘쳐났을 텐데요.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많은 교육과 책 출판에 따른 독서량, 첨단 과학, 지식 문명 등이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지혜의 절대치는 그대로입니다.

지혜란 영역은 한 치도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5천 년이 지난 후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자신을 안다는 게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말했다지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과 바꾸겠다."


한국에서는 모 가수가 "테스형"이란 노래로 회고합니다.


저를 사랑하는 모든 이유가

"너 자신을 알라"로 상징되는 철학 때문이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소크라테스:

후대 사람은 제 인생을 세 단어인,

지혜. 질문. 성찰로 규정합니다.

지혜. 질문. 성찰이란 세 개의 문을 여는데

걷기 명상만 한 게 없지 싶습니다.

당연히 맨발 차림이면 좋겠지요.


또한 우리는 얼굴에만 주름살이 있진 않을 터,

마음에 생기는 고랑 깊은 주름살은 어찌할 건지.

세상이 주는 무게감에 주름 펴는 특효약은 지녔는지.

묻고 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각자마다 다릅니다.

여행, 독서, 운동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요.

이것도 "맨발 걷기 명상"을 추천합니다.


오늘 광장은

잔디에 내려앉은 하늘,

꽃에 물든 석양......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아테네 아고라가 연상됩니다.

이곳은 자연이 선사하는 빨주노초파남보가 매력이라면,

아고라는 정치와 학문으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죠.

토론을 통해 맥박이 뛰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소피스트와 문답이 주였다면

지금은 맨발 걷기란 화두를 통해

시공을 넘나드는 대화 이뤄졌음에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맨발 예찬론자"가 될 때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설파한 당신의 음성이, 귓전에 천둥처럼 꽂히는 하룹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