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래 회장의 아이디어, 열정, 추진력! 인정하고 공감하며 응원한다.
나풀나풀한 하얀 벚꽃,
융단처럼 깔린 붉은 황토,
대비가 선명하고 강렬하다.
해발 424미터, 둘레 14.5킬로미터의 대전 계족산을 찾은 날은,
벚꽃길이 화사하게 반기던 봄날이었다.
-다음 백과사전 캡처-
계족산은 맨발족이 꼽는 황톳길 1번지이자,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5회 연속 선정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차로 3시간여 걸리는 먼 거리지만 한달음에 달려간 이유는 단 하나다.
조웅래 회장의 열정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었다.
미루면 어느 하세월에 가겠나 싶어 무작정 시동을 걸었다.
챙길 거라곤 크게 없다.
간단한 먹거리와 옷만 주섬주섬 몸에 걸쳤다.
대충대충 챙겨도 되는 게 맨발 걷기의 묘미 아니던가.
계족산은 길폭은 넓고, 산세는 완만하며,
펼쳐진 숲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12시면 눈부신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시간이나,
한 줄기 빛도 들일 태세가 아니다.
그만큼 숲 터널이다.
이런 계족산을 연간 100만 명 이상 즐겨 찾는 이유는?
여행 전문 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선정하는 연유는?
특히 대한민국 맨발 걷기 성지가 되기까진 어떤 매력을 지녔을까?
우선 "스토리"가 있다.
계족산 황톳길이 있기까지 조웅래 회장의 여정은 그의 별명처럼 "괴짜 왕"답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때 "700-5425" 전화 정보 음성 서비스 사업을 했다.
이후 선양소주를 인수하고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산을 찾는 이가 없자 새로운 해법을 찾는다.
산에 사람이 찾아들게 하자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숲속 음악회다.
명칭은 "뻔뻔(fun fun)한 클래식"이다.
전액 선양소주가 지원하는 이 숲속 공연은 계족산을 "살아 숨쉬는 산"으로 바꾸어 놓았다.
조회장은 강연에서 계족산이 지닌 가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황톳길, 클래식 공연, 숲 터널, 접근성"이라 강조한다.
또 소신을 이렇게 덧붙인다.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에코 힐링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하며 건강하게 살아가자는 취지죠.
에코 힐링의 발상지는 계족산 황톳길이라 자부합니다."
그의 말처럼 계족산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맨발로 딛는 자연, 음악이 주는 감성, 걷고 싶은 길까지.
오감을 깨우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 안엔 "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걷고, 멈추고, 치유하며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을 만든다.
둘째, 뭐니 뭐니 해도 "황톳길"이다.
황토는 물을 머금는 순간 솜사탕처럼 부드러워진다.
발에 닿는 촉감은 질감에 따라 말캉하거나 쫀득거린다.
도톰하게 솟은 황토 둔덕은 미역 줄기처럼 미끄럽고 매끈하다.
비 오는 날, 신발 신은 이들에겐 진흙탕이지만, 어싱족에겐 땅의 축복이다.
맨발이면 어딘들 못 딛겠는가.
그렇다면 조웅래 회장은 왜 황토를 선택했을까?
황토는 예부터 자정능력이 뛰어나 해독제로 쓰였다.
양지에 구덩이를 파고 황토를 섞어 만든 지장수는 비료와 농약을 대신했고, 적조 방제에 활용됐다.
황토방, 침대, 피부팩, 제습기 등 일상 생활에서도 쓰임새가 넓다.
심지어 한 스푼에 2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 정도로 면역력에도 탁월하다.
조선 시대 기근 때는 황토와 싸라기를 섞어 떡을 빚어 먹었다는 기록까지 전해진다.
이처럼 건강을 위한 황톳길을 위해 조 회장은 2006년부터 매년 10억 원씩, 20년 가까이 사비를 들였다
해마다 유실되는 2천 톤의 황토를 메우고,
주말마다 트랙터로 흙을 뒤집고 물을 뿌려 관리한다.
발에 딛는 촉감까지 세세히 신경 쓰기 때문이리라.
즉 여느 길처럼 되는대로 만들어진 투박한 땅이 아니다.
정성 쏟은 길이다.
셋째, "숲속 음악회"다.
산 초입에서 십여 분 걷노라면 널따란 광장이 나온다.
숲속 음악회장이다.
주말 오후, 이곳은 선율이 흐르는 무대로 바뀐다.
간략한 묘사다.
무대가 있고, 피아노가 있으며, 야외 객석이 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몇 웅큼의 햇볕은 화려한 조명을 대신하고도 남는다.
무대 뒤 배경은 그저 하늘과 땅, 병풍처럼 둘러선 나무가 전부다.
객석이래 봤자 자연이 내어준 돌판뿐.
지정된 자리는 없고 무료지만 그 열기는 여느 아이돌 공연 못지않다.
너럭바위에 걸터앉은 관중은 박수를 치고, 환호는 골짜기를 메운다.
-정진옥 단장과 맨발 회원-
2007년 시작된 숲속 음악회.
단원은 소프라노 1명, 테너 4명, 바리톤 4명, 피아노 1명이다.
기존 클래식 격식에서 벗어나,
맨발로 듣는 산속 음악회를 꾸린 이유를 정진옥 단장은 이렇게 말한다.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클래식이 되기 위해 춤과 개그를 넣고 뮤지컬도 부르면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 뜻에 동의한다.
클래식이란 고전적이고 경직된 틀을 깨고, 뭇사람과 호흡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볼거리"다.
산어귀에 들어서면
조웅래 회장의 캐리커처가 반긴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이다.
자연스레 포토 존이 형성되고 행복한 몸짓을 놓칠세라 찰칵찰칵 눌러댄다.
자세는 각양각색이나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만면에 웃음 가득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몸은 덩실덩실 리듬을 탄다.
한 발은 세우고,
양팔은 펼치며,
어깨는 절로 들썩인다.
으레 모든 이의 표정에 생기가 스며들고, 그곳은 순식간에 동심의 놀터로 변한다.
-맨발 아카데미 회원들-
흥겨운 걸음에 몸을 싣다 보면 어느새 "사진 전시장"과 "하이힐 신은 코끼리" 조형물을 만난다.
모든 이를 멈춰 세우고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힘 있는 주제 때문이리라.
사진은 계족산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고,
지금 길이 있기까지 갈고닦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끼리는 아찔한 풍자다.
현대인의 위태로운 자화상이랄까.
5톤짜리 몸에 가녀린 하이힐.
뒤뚱거리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슬아슬하다.
현대인의 불안한 현실을 관통한다.
걷기를 1시간 30분여, 6km 지점에 절고개가 있고,
둘레 1,037미터 계족산성이 보이며,
그 뒤편에 대청댐이 자리한다.
산성에서 대전 시내와 갑천, 대청호까지 바라보는 풍광은 압권이다.
누구는 대한민국 최고 절경이라니 꼭 보길 권한다.
위와 같이 계족산은 스토리, 황톳길, 산속 음악회 등 다채로운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 중심엔 조웅래 회장이 있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면 한낱 평범한 산에 불과했을 터이다.
연중무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열정, 그리고 뚝심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그의 아이디어, 인정한다.
그의 열정, 공감한다.
그의 뚝심,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