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만 Oct 15. 2024

맨발 걷기의 성지, 대전 계족산을 찾다

조웅래 회장의 아이디어, 열정, 추진력! 인정하고 공감하며 응원한다.

나풀나풀한 하얀 벚꽃,

융단처럼 깔린 붉은 황토,

대비가 선명하고 강렬하다.


해발 424미터, 둘레 14.5킬로 미터인 대전 계족산을 찾은 건,

푸른 잎 우거진 봄날이었다.

벚꽃 2킬로 길이 화사하게 반긴다.

사진: 다음 백과사전 캡처


맨발족이 꼽는 황톳길 1번지이자,

한국 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차로 3시간여 걸리는 먼 거리지만 한달음에 달려간 이유는 단 하나다.

조웅래 회장의 열정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었다.

미루면 어느 하세월에 가겠나 싶어 무작정 시동을 걸었다.

챙길 거라곤 크게 없다.

간단한 먹거리와 옷만 주섬주섬 몸에 걸쳤다.

대충대충 챙겨도 되는 게 맨발 걷기 매력 아니던가.


대한민국 맨발 걷기 성지로 알려진 계족산은

길폭은 넓고, 산세는 완만하며,

펼쳐진 숲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12시면 눈부신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시간이나,

한 줄기 빛도 들일 태세가 아니다.

그만큼 숲 터널이다.


이런 계족산을 연간 100만 명 이상 즐겨 찾는 이유는?

여행 전문 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선정하는 연유는?

특히 어싱족의 성지가 되기까진 어떤 매력을 지녔을까?




우선 "스토리"가 있다.

계족산 황톳길이 있기까지 조웅래 회장 이야기는 그의 별명처럼 "괴짜 왕"답다.

선양소주로 잘 알려진 맥키스 컴퍼니 조 회장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19년간, 

매년 10억 원의 사비를 들여 황톳길을 조성했다.

1년에 2천 톤씩 유실되는 황토를 채우고,

주말마다 트랙터로 갈아엎어,

물까지 뿌려 관리한다.

발에 딛는 촉감까지 세세히 신경쓰기 때문이리라.

여느 길처럼 되는대로 만들어진 투박한 땅이 아니다.

정성 쏟은 길이다.


그는 강연에서 계족산의 매력적인 4가지 이유를

"황톳길, 클래식 공연, 숲 터널, 접근성"이라 강조한다.

또 소신을 이렇게 덧붙인다.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에코 힐링이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살아가자는 취지다.

에코 힐링의 발상지는 계족산 황톳길이라 자부한다."


조웅래 회장 인생에는 다양한 이력이 있다.

걸어온 삶의 궤적은 독특하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700-5425 전화 정보 음성 서비스 사업을 한다.

그 후 소주 회사를 인수하고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산을 찾는 이가 없자 간절함에서 해법을 찾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에 사람이 찾아들게 하자는 절박함.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게 숲속 음악회이며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이다.

이렇듯 선양소주가 전액 비용을 들여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숲속 음악회는

계족산을 살아 숨 쉬는 산으로 일궈냈다.




둘째, 뭐니 뭐니 해도 "황톳길"이다.

황토는 물을 뿌려주는 순간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발에 닿는 황토 특유의 질감은 매끈매끈하고,

찰진 정도에 따라 말캉하거나 쫀득거린다.

장딴지처럼 툭 튀어나온 황토 두둑은 삶은 미역 줄기같이 미끈하다.

비 오는 날 들어서면 신발 신은 이에겐 진흙탕처럼 엉망진창이요 뒤죽박죽이다.

곤욕이다.

그러나 어싱족에겐 더없이 반갑고 질서정연한 축복이다.

맨발이면 어딘들 못 가고 어딘들 못 딛겠는가.


조웅래 회장은 왜 황토를 선택했을까?

황토는 어떤 효용이 있길래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할까?

황토는 예로부터 지장수로 사용했다.

지장수란 양지바른 들판에 황토 구덩이를 파,

그곳에 물을 붓고 휘저어 굵은 입자들이 가라앉은 후,

위에 뜬 맑은 물을 일컫는다.

예로부터 자정능력이 뛰어나 해독제로 쓰였다.

벼농사 지을 때는 지장수를 벼 잎에 살포해 비료와 농약의 대용으로 사용했다.

바다 적조 시에는 황토를 뿌려 방제하는 건 물론,

황토방과 황토 침대 등 실생활에서 다양한 형태로 쓰일 만큼 효능이 탁월하다.


이뿐 아니다.

피부미용을 위한 황토팩, 제습기, 전자파 차단, 지장수로 만든 막걸리로도 애용된다.

선조 때 기근에는 황해도 봉산 땅에서 나오는 황토 70%와

싸라기 30%를 섞어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황토에는 몸에 좋은 미생물이 한 스푼에 2억 마리가 존재한다니 말해 무엇하랴.

해독작용과 항균 효과를 지닌 황토가 면역력에 탁월한 기능을 함은 당연하다.

이렇듯 면역력을 위한 걷기로는 황톳길이 단연 으뜸이다.




셋째, "숲속 음악회"다.

산 초입에서 10분여 걷노라면 널따란 광장이 나온다.

숲속 음악회장이다.

주말 오후에 공연하는 음악회장의 간략한 묘사다.

무대가 있고, 피아노가 있으며, 야외 객석이 있다.

객석이래 봤자 돌판 등 자연이 만들어낸 좌석이 전부다.

배경은 하늘 아래 땅과 병풍처럼 우거진 수목이 대신할 뿐이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움큼의 햇볕은 화려한 조명을 대신하고도 남는다.

지정된 자리는 없고 무료지만 여느 아이돌 공연 못지않다.

너럭바위에 걸터앉은 관중 반응은 박수와 환호로 뜨겁다.


2007년부터 진행된 숲속 음악회 단원은

소프라노 1명, 테너 4명, 바리톤 4명, 피아노 1명 등 총 10명이다.

기존 클래식의 격식에서 벗어나

맨발로 듣는 산속 음악회를 꾸린 이유를 맥키스 오페라 정진옥 단장은 이리 말한다.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클래식이 되기 위해 춤과 개그를 넣고 뮤지컬도 부르면서 소통하고 싶었다."

클래식이란 고전적이고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뭇사람과 호흡하자는 뜻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볼거리"다.

산어귀에 들어서면

조웅래 회장의 캐리커처와 만난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이다.

으레 모든 이에게 환한 미소를 선사하고,

자연스러운 포토 존이 형성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몸은 덩실덩실 박자를 탄다.

한쪽 발은 세우고,

양팔은 펼치며,

어깨는 두둥,

신바람이 절로 난다.

행복한 몸짓을 놓칠세라 찰칵찰칵 눌러댄다.

폼은 각양각색이나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만면에 웃음 가득하다.


흥겨운 걸음에 몸을 싣다 보면 어느새 800미터 지점,

"사진 전시장"과 "하이힐 신은 코끼리" 조형물을 만난다.

모든 이를 멈춰 세우고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힘 있는 주제 때문이리라.

사진은 계족산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고,

지금 길이 있기까지 갈고닦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이힐 신은 코끼리는 현대인의 위태로운 모습이랄.

5톤 무게의 육중한 코끼리가 가녀린 하이힐을 신고 뒤뚱거리는 상상만으로도 아슬아슬하다.

우리네 삶과 현실을 관통하는 풍자다.




걷기를 1시간 30분여, 6km 지점에 절고개가 있고,

둘레 1,037미터 계족산성이 보이며,

그 뒤편에는 대청댐이 자리한다.

산성에서 대전 시내와 갑천, 대청호까지 바라보는 풍광은 압권이다.

누구는 대한민국 최고 절경이라니 꼭 보길 권한다.


위와 같이 계족산은 스토리, 황톳길, 산속 음악회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친다.

그 중심에 조웅래 회장이 있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면 한낱 평범한 산에 불과했을 터이다.

연중무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열정, 뚝심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그의 아이디어, 인정한다.


그의 열정, 공감한다.


그의 뚝심, 응원한다.

이전 12화 빠삐용의 자유와 맨발의 자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