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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쓰려던 방이었다. 요섭은 딸랑이를 치우면서 새삼 그 사실을 떠올렸다.
연분홍 손잡이에 구슬들이 달려있었다. 그가 먼지를 털어내자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 그는 흠칫 놀라 구슬들을 손으로 붙잡았다. 거실에 있는 혜리가 들었을까 문틈으로 확인했다. 혜리는 식탁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딸랑이와 함께 물오리, 공갈젖꼭지, 탱탱볼을 빈 박스에 담았다. 그러자 방이 꽤 넓어보였다. 방문을 닫아둔 채 혜리만 들락거렸고 요섭은 상관도 안하던 방이었다.
혜리가 그 방을 주저 없이 공개했다. 요양병원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퇴원시켜 집으로 모셔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상태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얼마 전에는 그녀가 간병인에게 전화를 했다. 간병인이 일부러 설탕을 먹인다고 아버지가 불평을 해서였는데 간병인은 펄쩍 뛰며 말했다. 박철규 환자 지래 먹었지 내래 부러 먹였다믄 참 서글픕네다.
혜리가 요섭을 불렀다. 그가 방문을 열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문턱을 가리켰다.
“너무 높지 않아?”
혜리의 말에 요섭은 장인이 휠체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바퀴가 괜히 있나.”
“집 안에 바퀴가 굴러다니다니.”
혜리의 목소리에 수심이 묻어있었다. 요섭이 거실로 나갔다.
“휠체어는 어디다 놓지? 방. 거실. 베란다... 마땅한 데가 없네.” 혜리가 중얼거렸다.
그럼 오지 말든지, 요섭이 속으로 말했다. 장인이 안 오면 당연히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혜리는 간병인과 통화 이후 아버지를 퇴원시키겠다고 했다. 사람이 요양병원에 너무 오래 있으면 그곳을 정신병원처럼 여길 수 있다는 막연한 근거를 댔다. 요섭은 장인과의 동거가 새삼 몸으로 느껴졌다.